『마음이아플까봐』-올리버 제퍼스 글, 그림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숨을 것인가, 당당하게 맞설 것인가!
글쓰기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나에 대해 쓰는 것이었다.
마흔을 앞두고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라는 사춘기 같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일단 나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30대, 나의 20대, 나의 10대를 돌아보며 떠오르는 기억들을 글로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을 통해 부모님께 순종적으로 살던 나의 삶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자기검열 하지 않고 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녀는 자기에게 세상과도 같던 할아버지의 부재를 겪으며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려고 병에 담는다. 그렇게 상황을 외면하고 마음을 잊은 채 살아간다.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로 남아있을까?
나는 생각보다 다양한 마음을 담은 병을 지니고 살았다. 하지만 어떻게 꺼내야 할지, 꺼내고 싶기는 한 건지, 꺼내는 것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중에 하나는 평생 안 꺼낼지도 모른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라는 말로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유명인사들이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통해 왜 수십 년 전 이야기를 고백하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죽기 전에는 말을 해야 조금이나마 한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도 죽기 전에 말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별도 경험을 한다. 나는 몇 번의 만남에서 늘 이별의 과정이 좋지 않았다. 그때 받은 상처는 풀 길이 없어 가슴 한편에 늘 슬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옛사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때 받은 상처의 우울함만 남아있다. 사람들은 이별 후에 받은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하라는 말로 위로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치유가 아닌 상처 받은 마음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럼 그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저 젊은 시절 한때 지나가는 경험 정도로 치부해버리면 끝나는 걸까?
물론 지금 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예쁜 두 아이들과 잘 살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사랑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병 속에서 꺼내야 할 마음이라면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소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닮은 아이를 만나 병에 넣어 버렸던 마음을 꺼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병 속에 담긴 마음들을 모두 꺼내고 나면 나는 정말로 나를 찾고 진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치유를 위해서는 상처를 꺼내서 마주 보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꺼내보아도 너무 오래되어버린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그때의 기억이 선명해진다. 상처를 그냥 놔두면 흉터는 좀 남겠지만 언젠가는 새살이 돋아나 저절로 치유되는 것처럼 그렇게 내 마음도 놔두면 되지 않을까 위안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