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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용 Apr 25. 2024

경찰조사 후기

이번에 당해본 압수수색 후기 3

2024.4.23.​

경찰조사 후기

- '공보의 파견 명단' 업로드로 압수수색 후

22 어제, 조지호 서울청장이 '병원 파견 공중보건의 명단' 유출 의사 1명을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읽어보니  얘기입니다. 의대생 1, 의사 1명을 조사했다는데 제가 전날 공보의 명단으로 경찰조사 받았으니  의사 1명이 저인거죠.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주 목요일, '공보의 명단 SNS 업로드' 문제로 퇴근 직후 압수수색을 당했었습니다.

병원 앞에 40살 남짓 남성 두 분이 서계시길래, 병원에 저렇게 생긴 직원은 없었던거 같은데.. 생각하던 찰나 두 분이 제게 오셔서 조용히 경찰 명함 보여주시더군요. 이어서 영장도 보여주시고 조용히 근처 카페로 갔습니다. 경찰 분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법조인인 사촌형에게 전화걸어 대응 방법 여쭙고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핸드폰 끄고, 비밀번호는 알려줄 필요 없고 그 뒤로는 안내받는 대로 진행.

핸드폰을 압수당하고 압수수색 영장 나온걸 주변에 알리니 반응이 참 다양했습니다. 제일 많았던건 어떻게 이런거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냐는 반응이었고요. 이 상황에 충격받고 분노하시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황당한 상황에 공감해주시니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죠.

반면, 특별히 놀라지 않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당장 저희 어머니께서도 폰이 왜 꺼져있냐고 사고 난거 아니냐고 놀라셨다가 경찰에 압수당한거라 말씀드리니 그럼 다행이라고 사고난거 아니니 괜찮다는 반응이셨습니다.

핸드폰 압수 직전 조언을 구했던 사촌형도 다음날 연락주셔서 '막상 당해보니까 압수수색이 그렇게 별건 없지?'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제 여자친구의 절친은 제가 압수수색 당했다는 말에 압수수색을 제 여자친구가 했다는 말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아니고요. 남자친구 핸드폰 압수수색이라니 남친이 뭘 잘못한거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 잔뜩 설레여하며 팝콘을 한가득 챙겼지만, 핸드폰을 압수수색한게 제 여자친구가 아닌 바로 경찰이었단 사실을 알게된 후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입니다.

지금은 유심칩 재발급 받아서 친구 핸드폰에 끼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쓰다 아이폰 쓰니까 전화번호 복구가 안 돼서 이게 제일 힘들고요, 각종 인증서를 전부 새로 발급받아야해서 이게 그 다음으로 힘듭니다. 자판이 손에 안 익어서 오타도 정말 많이 나오네요.

경찰조사는 2 , 일요일 오후에 받았습니다. 사받을  경찰 측에서 워낙 잡다한것까지 집요하게 추궁하긴 하더군요.  한마디 잘못했다가 엉뚱한 사람들까지 압수수색당할까  부분이 많이 힘들긴 했습니다. 그거 빼고는 괜찮았고요, 변호사 도움도 받고 그렇게 겁낼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애초에 의도 자체가 건전하고 당당했으니깐요.

모레 핸드폰 포렌식 예정이어서 퇴근 후 포렌식 참관할 계획입니다. 경찰조사를 다시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있고, 이번 사건 특성상 송치는 진행될듯 합니다. 송치는 사건을 경찰에서 검찰로 이관해서 검사가 보강수사, 재판여부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모로 피곤한 상황이지만 다행히도 본업에는 지장이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친구들이 참의사라고 놀리는데, 진심으로 제 환자 분들에게 신경쓰이는 정도와 비교하면 압수수색은 정말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도와주시고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입니다. 관심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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