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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향 Nov 17. 2024

우암사적공원 탐사

2024.11.10 

 대전보건대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지도를 보고 가야 할 방향을 보았다. 조금 걷다 보니 오르막.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기에 발걸음을 급하게 놀렸다. 비좁고 정리되지 않은 길을 5분 정도 걸었다. 내리막에 이르자마자 바로 우암사적공원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가쁜 숨을 들이쉬며 기쁜 마음으로 급히 들어갔다. 버스에서 지도를 보았을 때, 공원의 크기가 꽤 크고 복잡해 보였기에 놓치고 지나가는 것을 줄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둘러 보기 위해 좌수법을 이용했다. 본래 미로의 해결에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넓은 시설을 관람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작은 문이 있지만 머리 조심 팻말 덕분에 이마와 문화재를 동시에 지킨다. 

 이 곳을 주목한 이유이자 찾아온 이유이며 가슴을 설레게 한 이유가 처음으로 반겨준다. '남간정사'라 불린다. 연못의 물은 다른 사진에서 보는만큼 깨끗하지는 않다. 다른 누군가의 사진에서는 아마 어느 정도 편집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꽤나 다른 누군가의 사진에서 보았던 멋진 모습이 보인다. 연못을 한 바퀴 돌며 보려 했지만 담벼락에 가까이 붙어 있어 그러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진 스팟을 찾기 쉽게 앉을 만한 돌이 있다. 평평한 것으로 보아 의자로 갖다놓은 듯 한데 좋은 사진을 위한 구도를 잡기 어려운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잠시 앉아 경치를 바라보고 그대로 눈에서 카메라로 옮긴다. 물은 더 투명하고 나무는 가을에 더 물들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상당히 만족스럽고 흡족하다. 연못의 우측, 뒤에 보이는 한옥로 향한다. 머리는 거대하게 드러누운 느티나무를 피해야 하고 발은 부서질 듯한 작은 나무판자를 제대로 밟아야 건너갈 수 있다. 한옥 주위를 돌아보며 뒤편을 보니 꽤 높은 계단과 작은 문이 있다. 올라가 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아 다시 내려온다. 한옥을 마저 둘러보며 말라버린 수로를 넘는다. 그리고 넓은 잔디밭을 지나다 대나무가 빽빽한 산길을 보았지만 산으로 올라가는 길인듯 하여 그냥 지나친다. 다시 머리를 숙이고 작은 문을 나선다. 

 조금 길을 따라 올라가니 새하얀 전시관이 있다. 들어가서 둘러본다. 여러 한자로 된 책들이 있지만 한자를 읽지 못할뿐만 아니라 세세히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듯 싶다. 전시관에 정가운데 위치한 전체적인 공원의 지리를 보고 그 맞은 편을 본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중용이 상당히 놀라움을 준다. 이리 크고 두꺼운 책들을 보고 다시 여러번 읽고 공부하였다니 과연 조선시대의 공부량을 실감하며 나의 공부량이 머릿 속에서 비교된다. 마저 둘러보다 구석진 곳에 덩그러니 놓여진 무언가를 보러 간다. 우암선생의 인장이 있다. 상당히 가치가 높아보이지만 전시관의 구조와 공간 상의 한계로 인해 구석에 배치한 듯 하다. 출구의 우측에서는 안내 영상이 틀어져 있고 어르신들께서 자리를 가득 메워 안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크지 않은 전시관을 나오며 관리자 분들을 한번 보고 안내 책자를 하나 들고 나온다. 가져가도 좋다는 글이 써져 있어 마음이 내켜 가져온다. 사실 그런 글이 없어도 가져갈 생각이었다. 책자를 한번 펼쳐본 후 기나긴 글로 된 설명이 눈에 들어와 바로 접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아이의 사진을 찍으며 기뻐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니 아이와 부모 모두 귀여워 웃음이 난다.

 오르막을 오르니 연못과 누각이 보인다. 남간정사와 견줄 정도의 경치 혹은 그 이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벤치에서 쉬는 사람과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연못과 누각의 사진을 찍는다. 누각으로 가는 길이 석재로 이루어진 아치교이기에 조금 더 조선의 모습이 보여 과거로 간 듯 하다. 잠시 옛사람이 된 느낌으로 다리를 건넌다. 연못에 피어있는 식물들은 당연 연이겠지만 꽃이 피지 않아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누각으로 가려던 찰나 왼쪽에 샛길이 있다. 좌수법으로 가고 있었기에 당연 들어가본다. 바로 앞에 낡은 건물과 쪽문이 보인다. 건물은 척 보아도 문이 닫혀있고 쪽문으로 가서 보니 외부로 나가는 길로 산으로 향한다. 남간정사에서 보았던 닫혀있는 쪽문도 나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내려와 아치교가 아닌 돌다리를 건넌다. 누각이 앞에 보이닌 당연 올라가고 싶어진다. 다만 누각 밑 벤치에서 부모들이 누각에 올라가 장난치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어서 다른 곳을 먼저 보고 오려 한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와 왼편을 본다.

 작지만 위엄이 있어 보이는 높은 계단과 문이 있다. 밝을 명, 바를 정, 그리고 알 수 없는 한자. 명정문이라고 읽는단다. 우암 선생은 '올바름과 곧음'을 중요시 했던 듯하다. 키가 높은 나무들 뒤로 도시의 전경을 서원에서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아 또 다른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계단에 오른다. 계단에 올라 뒤돌아 본다. 도시의 전경이 눈으로는 나무 사이로 얼핏 보이지만 카메라에는 나무에 가려져 닮을 수 없를 본다. 지는 해에서 빛나는 금빛 노을이 들어와 아쉬운 마음을 덮는다. 왼쪽의 계단과 문이 들어가는 방향이지만 차마 보지 못하고 좌수법에 따라 왼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들어갔더니 눈 앞에 바로 큰 건물이 펼쳐져 있고 양편에 작은 건물이 있다. 배치를 누가 생각한건지 모르겠지만 참 깔끔하게 해놓았다. 중앙의 건물에 현판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한문으로 쓰여 있어 이름을 모르겠다. 전시관에서 챙긴 책자를 펴보니 이직당이란다. 堂하면 성심당만 생각나서... 어찌되었든 이직당과 이직당의 양옆에 마주보고 세워진 건물들이 균형을 이루어 아주 마음에 든다. 인근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좌측 건물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어떠한 사람은 동행 옆에 누워있다. 사람이 있기에 그 건물을 자세히 보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 아쉬운 마음이지만 주민들이 유적(?)이라 불릴만한 옛건물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또 친숙게 다가가니 이 또한 바람직한 모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시 이직당으로 눈길을 돌리고 다가선다. 이직당을 둘어보다 당연히 못 참고 건물의 뒤편까지 발을 옮긴다.

 커다란 이직당 뒤에 앞과 같은 구조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직당의 앞편에서 건물을 눈으로만 느껴서 아쉬운 점이 남았기에 나도 뒷편 건물에 앉아도 보고 올라도 가 본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는 팻말이 있어 신을 벗었지만 섬돌 위에 놓는 것인지 아래에 놓는 것인지 헷갈려 그냥 돌 아래에 두고 올라갔다. 잠깐 서 있어 보고 몇 발자국 떼보기도 하다가 앉아서 맞은 편 건물을 바라보기도 한다. 좋다. 운치가 있다. 한옥에서 내려와 신을 신고 중앙을 바라보니 명정문과 같은 문이 다시 있다. 이 위가 아마 가장 안쪽이자 깊숙한 곳이겠지.

 저 멀리 보이는 낮에 뜬 달 밑에 2번이나 높은 계단과 문을 통과해야만 볼 수 있는 이 공원의 가장 깊숙한 최종 콘텐츠. 문을 통과하여 들어가니 우암 선생을 포함하여 학자 세 분을 모신 사당이 있다. 들어본 사람은 오직 우암 선생뿐이지만. 사당의 뒤편에도 큰 문이 있어서 나가보니 그저 산이다. 승용차와 택시 몇대가 주차되어 있는 산길 뿐이지만 문의 크기를 보아 '어쩌면 과거에는 이곳이 정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몇 초 넋이 나갔다가 돌아온다. 

사당의 문이 열려있어 사당 외부에서도 내부가 보이지만 자세히 보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사당 내부의 향기와 한기에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당 입구 맞은 편 중앙에 위치한 제단에서 우암 선생의 얼굴을 도촬(?)한 뒤 바로 나왔다. 안내판을 보아하니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데 그 날이 오늘이었으면 어떨까 싶었다. 사당에서 나와 앞선 달 밑의 문을 나오려 하니 누군가가 들어와 사당의 문을 자물쇠로 닫는다. 시간은 16시 55분. 이제 공원의 문을 닫을 때가 된 듯하여 급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오면서 운치 있는 사진 한 장 더 찍어준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하였지만 내려오면서 다시 보니 이 또한 각의 형태이다. 절반은 땅 위에 있고 절반은 공중에 있는 저 구조는 정말 한옥 구조에서 최고의 디자인이자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상당히 공학적인 면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명정문을 내려오니 이제서야 올라오는 가족과 사람들이 보인다. 이 가족은 차마 사당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 이 가족의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관리인에게 물으니 17시에 문을 닫는단다. 마음이 더욱 급해지지만 왼편에 샛길이 있어서 놓치지 않고 걸음을 빨리하여 올라가 본다. 샛길의 끝에는 쪽문이 외부로 통해있다. 산에 난 도로로 사당의 뒷편과 연결되어 있는듯 하다. 그리고 쪽문 옆의 좁고 깊은 수로가 있지만 물은 말라있다.

 마음이 더욱 급하기에 어서 다시 누각으로 향한다. 아까 전 누각에 올라가 있던 아이들이 내려오는 모습과 강아지와 산책하던 사람들이 이제 공원에서 나가려고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지만 나는 올라간다. 급하게 누각위로 올라가 넓고 높은 누각 위에서 아래의 연못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성급하게 찍었지만 이보다 만족스럽기는 어려울 듯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누각에서 내려왔다. 많은 볼거리가 있던 언덕에서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공원 정문의 우측으로 간다. 한옥이라 볼 것이 있다 생각하였지만 관리사무소다. 또한 그 옆에 무언가 컨테이너가 있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안내판이 있어서 보았다. 안내판을 보아하니 볼거리가 있는 듯 싶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무엇이 있는지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것을 보았고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무언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컨테이너의 옆에는 여러 개의 쪽문 중 마지막 쪽문이 보인다. 문 너머로는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주차장이다. 현대를 대표하는 아스팔트와 역사를 담은 공원이 저런 좁지만 활짝 열린 쪽문 사이로 통한다. 그런 컨셉으로 한번 사진을 담아본다.

 눈에 보였던 모든 것을 보고 내려오는 길이다. 꽤나 높은 돌계단 위에서 보니 이제서야 구경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쉬울 것이다. 문 닫는 시간에 찾아오다니. 주요 볼거리가 17시가 지나 문을 닫았기에 다음에 다시 와야 한다고 알려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계단 위에서 보이는 정자는 처음에 호기심에 올라가보았지만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고 먼지 위에 얇은 초록색 임시 매트가 깔려있었다. 이제 나가려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데 중국어가 들린다. 외국 사람들도 오는건가 싶으면서도 중국인이라 유교를 찾아서 왔나 싶기도 하다. 정문으로 나가는데 이제 들어와서 사진 찍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름 모를 할아버지에게 죄송하지만 너무 사진에 담고 싶어서 뒷모습을 담았다. 오래된 동네이고 언덕 위에 위치했기에 나올 수 있는 저 좁은 도로와 자그만한 건물들 그리고 측면에서 비춰주는 빛까지 마음에 든다. 산 뒤로 넘어가고 있는 노을빛과 공원을 나가는 사람들과 공원 내 건물들과 다양한 것과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흡족한 마음으로 이런 것들을 뒤로하며 아쉬움 없이 다시 일상으로 떠나고 있는 마지막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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