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굴소스는 참 편하다. 그냥 맛보면 짭짤 하고 강하지만 조금만 넣어서 조리하다 보면 금방 감칠맛이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요리를 하다가 막힐 때, 굴소스로 간을 맞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맛있어진다.
간장이 들어가는 육개장, 생선조림 등에도 잘 어울리고 무침을 할 때도 소량 넣어주면 감칠맛이 살아나니 집집마다 굴소스 하나씩은 갖다놓고 있을 것이다.
마트에 가면 여러 대기업에서 내놓은 굴소스가 넘쳐난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굴소스 하면 판다, 이금기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기업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여러 가지 맛을 첨가한 굴소스들을 진열해 놓고 있다. 그만큼 굴소스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말이고 기업에서는 돈이 된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봐도 굴소스로 해 먹을 수 있는 영상이 넘쳐나고 굳이 홍보에 힘쓰지 않아도 지출비용 대비 매출이 좋이니 투자를 하는 것일 테지만 위험한 것은 음식 맛이 일정해진다는 데 있다.
굴소스는 집에서 만들 수 있다
굴이 맛있는 11월이 되면 굴을 준비해 둔다. 깨끗이 씻어놓은 굴을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간장을 넣고 끓여준다. 끓기 시작하면 2분 정도 센 불에 끓인 후 불을 끈다(오래 끓이면 굴에서 쓴 맛이 올라오니 주의한다)
굴을 건져내어 믹서기에 갈아준 뒤 끓인 간장 물과 합치면 굴소스 완성이다. 비주얼은 시판용 보나 좋진 않지만 맛은 훌륭하다.
간장을 끓일 때 생강과 마늘, 술을 함께 추가하고 단맛을 위해 설탕이나 사과, 배를 넣어도 된다. 향을 위해 대추나 멸치가루를 넣어도 되고 가쓰오부시를 첨가해도 된다. 자신의 색깔대로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향과 맛을 진하게 하기 위해선 액젓을 만들 듯 소금을 뿌려 숙성한 뒤 간장에 끓여 사용하면 좋겠지만 밤낮없이 바쁜 엄마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굴소스는 소량만 넣어 사용하자
굴소스는 간장이 아니다. 조미료다. 정확히 말하면 굴 향이 들어 있는 간장에 조미료를 넣은 것이다. 미원이나 다시다를 쓰는 것을 양심에 걸려하시는 분은 많아도 굴소스를 꺼려하는 분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굴소스에도 다량의 조미료가 들어가 있다. 스스로 면피 용으로 굴소스는 조미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하기 위한 방법
간장 8에 굴소스 2만 사용해보자
볶음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굴소스의 경우 기름을 두르고 간장을 살짝 끓인 후 굴소스를 볶아 잡내를 없앤 후 사용하면 맛과 향, 그리고 건강까지 모두 챙길 수 있다. 이를 볶음요리에 사용하면 깔끔하고 담백한 볶음요리를 만들 수 있다.
다양성이 위협받는 시대, 다양성을 원하는 시대
점점 식문화가 발전하다 보니 미각의 기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 나가는 비용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TV의 푸드채널과 인터넷의 수많은 블로거들은 맛집에 별점을 매기며 우리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며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이들 밥 차려줄 시간조차 부족할 때가 많다. 혹시라도 학교급식이 없을까 봐 조마조마한 적도 많으며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아이들에게 빨리 밥을 먹이고 싶은 맘이 간절할 뿐이다.
반찬을 사 먹는 것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었고 오히려 재료를 사서 할 때가 지출이 적어지곤 하니 편한 소스를 구매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맛있는 게 무엇인지, 집밥이 그리운 이유는 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지 타협하며 살 뿐이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살아야 하기에 다양성을 위협받지만 살기 위해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맛있는 식탁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