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가고 어느새 이직을 해도 나이가 너무 많아지는 순간이 왔다. 그것이 꼭 숫자의 나이 마흔 살이라기보다는, 첫인상의 얼굴 나이? 이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서 적응을 하고 일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받는 나이가 된 것이다.
'장사 안 하세요?'
내가 가게 주인이 되어 일운 한다는 꿈은 10년 전부터 꾸던 것이었다. 어찌어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고 애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혹은 그냥 귀찮아서 월급 받으며 사는 삶도 나쁘지 않아서? 둘이서 벌면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저축도 할 수 있고 그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어 배도 나오고 얼굴에 주름살도 깊어지고 흰머리가 많아져서 동네 아저씨처럼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큰 아이의 질문을 받으면 정신이 번쩍 들곤 했다.
"아빠 언제 장사할 거야?"
곧 시작할 거야. 준비 중이다라는 말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야기하던 아이의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나도 어느 정도는 그것도 아주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를 뎅~~ 하고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일하던 직장을 그만둘 때도, 와이프와 쉬기 전날 거나하게 취해서 습관처럼 이야기했었으니까... 그 옆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어느새 아빠의 꿈을 곧 이루어질 현실처럼 이야기한다. 머쓱함 한 꼬집과 부끄러움 한 스푼을 넣고 눈치 싸움을 하듯 기지개를 피곤 애꿎은 호떡이 배를 격하게 만지고는 아파트 복도로 나가 담배를 한 가치 물어본다. 어느 때보다도 별이 많은 가을 같은 겨울에 구름보다 낮게 연기를 뱉어본다. 뜬구름처럼 들리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어떻게 들리는지 생각해본다. 손에 잡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해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타다만 담배꽁초가 세 가치가 될 무렵 발가락도 시리고 손가락도 아프고 배도 고파 냉장고를 뒤지고는 먹다 남은 소주 한 병을 꺼내 들고 김장김치를 가지고 거실로 간다.
티브이에는 무한도전의 박명수 씨가 딱따구리를 흉내 내고 있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그냥 웃게 된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휴대폰의 메모장 폴더 안 열지 않는 수많은 쪽지글 속을 찬찬히 바라본다.
'난 정말 장사가 하고 싶은가 보네....'
새삼 느껴진다. 음식을 같이 하던 친구가 넌 니 장사해야 해... 뭐 그때는 성격도 불 같았던 시기라 전라도 말로 '기믄 기고 아니믄 아닌' 그런 때라 앞뒤 안 가리고 살던 때라 그렇겠거니 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와이프가 고생했던 생각이 나서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 녀석도 좋게 말한 건 아니라서 너는 장사를 해야 하는 놈이야는 지금과 다른 의미의 언어였다.
음식에 대한 생각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메모장과 저장해놓은 동영상들에선 어느새 요리에 관한 이야기들과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준비가 안된 건 쓰레기 같은 체력과 구멍 뚫린 주머니뿐인가? 또다시 다른 것들에 핑계를 대고 있구나,... 나란 놈은 어찌 이리 안 좋은 것들에 있어선 한결같을까? 핑계 댈 게 없어서 구멍 뚫린 바지 주머니를 탓하다니, 길가다가 넘어져서 벗겨진 신발에 까꿍 하고 나타난 빵구난 양말을 보고 이 놈이 귀여운 척해서 넘어졌다고 핑계나 될 놈이네... 때끼 이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