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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Feb 21. 2021

라트비아 리가에서 집 구하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지

우리나라의 기준에서 학생이 원거리의 학교에 다니게 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기숙사 일 것이다. 대학교들이 각자 학교 안이나 근처에 자체적인 기숙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유럽에도 기숙사가 있지만 보통은 한 학교의 학생들만을 위한 기숙사가 아니라 그 지역의 학생들이 함께 쓰는 기숙사이거나, 학교가 호스텔과 계약을 맺어서 학생들이 살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는 식이다.


라트비아 대학교의 경우 기숙사 시설이 정말 열악하다. 리가 안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라트비아 사람들조차 가기 꺼리는 지역에 있고, 건물 역시 라트비아 대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기숙사가 아니라 저렴한 호스텔과 계약을 맺어 라트비아에 연고가 없는 학생들이 거주지 찾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도이다. 나 역시 한국사람인지라 학국식 기숙사를 생각하고 첫 학기에 별생각 없이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을 택했다가 여러 가지 방면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학기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그곳을 탈출했다.


그래서 두 번째 학기에는 무조건 아파트를 따로 구해서 나와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문제는 월세가 매우 비싸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전세, 반전세의 개념이 없고 보증금이 보통 한 달치 월세와 같은 대신에 월세가 정말 비싸다. 하지만 주거 공간이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취하는 동안, 그리고 첫 학기 동안 뼈저리게 실감한 나는 많은 금액의 월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시티센터에 방을 구해서 따로 나와 살기로 결심했다.


이건 정말 신의 한 수였는데,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찜찜해지고, 쾌적한 내 공간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파트를 유럽에서는 Flat, 원룸을 Studio라고 부른다. 침실과 거실/부엌으로 이루어진 작은 아파트의 경우 studio type flat이라고 하기도 한다. 혼자 살면 편한 대신 많은 월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의 많은 학생들이 room share 형 플랫에서 산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룸 셰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보통 한 아파트에서 부엌과 화장실, 거실 등은 공유하고 각자 방을 하나씩 렌트해서 사는 거다. 일반 flat을 구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사용하는 게 가능하고 현지인, 혹은 다른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성향이 맞지 않는 flatmate를 만나게 되면 고생하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집을 계약할 때 rent는 월세, untility/untilities는 공과금을 뜻한다. 방을 구할 때 명시된 금액이 rent인지, utilities를 포함한 금액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리가의 경우 특히 겨울에 공과금이 비싸기 때문에(원룸 기준 보통 100유로 내외) 계약하고 나서 알고 보니 공과금이 별도라면 매 달 생각한 금액보다 10만 원 이상의 돈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겨울의 공과금이 여름보다 50유로 이상 비싼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라트비아의 난방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실은 난방비가 비싼 탓인지 아니면 추워서 난방을 많이 해야 하는 탓인지 잘 모르겠다.)


라트비아 리가 시티센터에서 이런 작은 플랫을 구해 혼자 살고 싶다면 보통 untilities를 포함해 500유로 정도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장바구니 물가나 플랫 매매 가격이 (한국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걸 봤을 때 월세는 비싼 편이다. 현재는 코로나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본가로 돌아가고 관광객의 수도 많이 줄어든 덕분에 월세가 평소에 비해 50유로 이상 떨어진 상태이다.




리가에서 집을 구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크게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ss.com,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부동산 업자를 통해 구하기, 전문 부동산 업체 이용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라트비아의 중개비는 법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통상적으로 한 달 rent의 50% 정도를 요구한다. 물론 중개업자들도 소위 사람을 간(?) 봐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하거나(그것은 이번 학기의 나 ㅠㅠ) 아파트 상태가 좋으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이번 학기의 나...), 굳이 많은 돈을 낼 필요 없이 50%선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게 좋다. 가끔 아파트에 따라서 집주인이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 부동산 commission fee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중개인 역시 우리나라와 달리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을 구하는 사람이 더 꼼꼼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고스란히 자신의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개인이 소유한 플랫의 경우 집주인과 부동산 업자를 만나 다 같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이루어지지만, 이번 학기의 내 경우처럼 회사가 소유한 아파트를 렌트할 경우 과연 소유주가 사인한 게 확실한지 명확하지 않은 계약서를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보증금이 크지 않아서 생기는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내 돈은 내가 지켜야 하므로 되도록이면 복비를 지불하기 전 집주인의 사인이 있는 계약서 원본을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거주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 집 계약서가 꼭 필요하므로 이 부분을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1. 페이스북


페이스북 검색창에 도시명 + 플랫명을 입력하면 쉽게 거래 페이지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두 번째 학기와 마지막 학기인 이번 학기 모두 페이스북을 통해서 매물을 찾아보고 집을 구했다. 외국인이 집을 구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집을 계약하기 전 여러 매물을 비교하고 업자가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지 여러 번 확인한 후에 계약하는 것이 좋다.


페이스북의 장점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들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영어 설명을 제공하고, 중개인도 보통 어느 수준 이상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2. 에어비앤비 Airbnb


실은 이번 학기에 집을 구할 때 시도해 볼까 했던 airbnb.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관광객이나 교환학생, 유학생의 수가 급감하고, 겨울은 라트비아 관광의 비수기라서 에어비앤비의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태였다. 게다가 장기 렌트의 경우 할인도 해주고, 고작 6개월을 살 건데 중개비까지 지출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중개비 아낀 만큼 월세가 좀 더 비싸도 더 좋은 컨디션의 방을 구하자...라는 전략으로 접근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 기준으로는 비추였다.


에어비엔비로 장기 렌트 기간을 설정하고 방을 검색하면,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30프로 정도 할인을 해 주기 때문에 가격이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 집주인에게 컨택해서 장기거주에 대해서 물어보면 사이트에서 검색한 것보다 월세를 훨씬 많이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공과금을 별도로 더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더하고 나면 일반 렌트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졌다.



3. SS.com


https://www.ss.com/lv/real-estate/flats/riga/centre/


라트비아의 중고나라 같은 사이트이다. 라트비아어와 러시아어만을 제공하지만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 대충 월세와 집 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렌트뿐만 아니라 매매를 위한 매물도 많이 있어서 가끔 재미 삼아 구경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을 보다 보면 두 매물이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더 싼 쪽으로 연락을 해 보면 된다.


다만 대부분 설명이 라트비아어와 러시아어밖에 없어서 나는 좀 찾아보다가 가격 비교만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렌트하는 쪽을 선택했다.



4. Latio 등 전문 부동산 업체나 아는 부동산 업자를 통해 구하기


https://latio.lv/lv


친구의 추천으로 라트비아 전문 부동산 업체를 통해서도 찾아봤었는데, 이런 업체의 경우 보통 1년 이상의 장기 렌트 고객을 대상으로 해서 이용할 수 없었다. 렌트보다는 매매를 주력으로 하는 것 같았는데, 대신 몇몇 렌트 매물의 경우 다른 곳보다 상태가 좋아 보였었다.


알고 있는 부동산 업자가 있다면 통해서 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 경우 중개비를 더 저렴하게 해주기도 한다. 대신 그 부동산 업자가 가지고 있는 매물 안에서만 집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라트비아에 처음 온 외국인이 아는 부동산 업자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이 문제....



집 계약서의 경우 거주 허가증을 발급받는데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계약서 내용도 잘 살펴보고 작성해야 한다. 외국인과 작성하는 계약서의 경우 종이를 세로로 반 나누어서 절반은 라트비아어, 절반은 영어로 작성되어있다. 종종 라트비아어로만 작성되어있는 계약서를 제공하는 부동산 업자도 있는데, 이 경우 영문 계약서를 요구하고, 혹시 거절한다면 계약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아무리 라트비아어를 할 줄 아는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번역기를 활용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 과 친구들과 라트비아인 친구가 영어와 라트비아어 부분도 여러 번 검토해 줘서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해주었다.

 

의식주는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 한때 내 공간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살아보았지만, 집에 마음이 가지 않는 만큼 내 마음도 쉴 곳 없이 떠도는 기분이 들곤 했다. 물론 라트비아에서 집을 렌트할 분이 과연 몇 분이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분이라도 내 글이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집을 렌트하는 비용이 유학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많은 곳들을 비교하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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