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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Mar 02. 2021

교사는 더 이상 평생직장이 아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사로 평생 근무할 수 있을까

내가 신규 발령을 받았을 때 같은 학년을 맡은 선생님 중에는 정년을 2-3년 정도 앞둔 선생님이 계셨다. 과거 교대가 2년제였던 데다 교사들은 군대를 가지 않던 시절이니, 거의 40년 간 교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선생님이 처음 근무를 하셨을 때는 시험지를 롤러로 찍어내고 생활기록부를 직접 손으로 적었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컴퓨터라는 것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진 시기까지 교직에 계셨던 셈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시고 힘들 때면 늘 든든한 내 편이 되어 주셨던, 선생님의 선생님 같은 분. 그분의 정년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드리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할 수 있을까.


내가 대학생일 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고작 10년 전이다. 그로부터 5년 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되었고, 또 5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가 퍼지며 온라인 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12년 당시 2030년까지 현재 존재하는 직업 중 5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을 했다. 이제 맥도널드에 가면 종업원보다 키오스크에 주문하는 게 더 익숙하고, 마트에서는 캐셔들이 사라진 무인 계산대에서 능숙하게 계산을 한다. 수기 작성에서 프린트까지의 변화는 편리성의 증진이었다면, 종업원에서 키오스크로의 변화는 인력에 대한 불필요를 야기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종종 10년, 20년, 혹은 30년 안에 사라질 직업들과 새로 생길, 혹은 여전히 존재할 직업들의 순위를 접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눈을 부릅뜨고 '초등교사'를 '사라질 직업들' 목록에서 찾아 헤매곤 했다. 보통 10개 정도로 이루어진 그 리스트에 초등학교 교사가 없으면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존재할 직업들 목록'에서 '초등교사'를 찾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30년 후까지 존재한다고 미래의 초등교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일지, 내가 그때까지 과연 교사로 근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과거 동학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요즘 학부모나 아이들이나 젊은 선생님을 좋아하고, 나이 들면 어디 하나 반기는 곳이 없다고. 나이가 교사의 능력을 결정짓는 것이 아님에도, 안타깝게도 나이는 교사의 첫인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학생과 학부모, 학교 문화와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 때문인지 명예퇴직을 택하는 교사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1살의 나는 아직 젊어서 학교에서나 교실에서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정년까지 아직 10년도 넘게 남은 20년 후의 내가 과연 여전히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학생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0년 후에 교단에 과연 '요즘 젊은 교사'들을 위한 자리가 남아 있을까.


내가 운이 좋아 정년까지 근무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현재 교사의 정년은 62세이다. 과학과 의학이 사이좋게 발전하며 이미 100세 시대 문턱이 가까워졌으니 내가 정년을 해도 30년은 거뜬히 살 것이라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면 정년퇴직의 연령도 연장이 되겠으나, 갑자기 10년이 연장될 리는 없을 테니 정년까지 열심히 근무해도 여전히 60대에 퇴직하게 된다. 인생의 2/3밖에 살지 않은 시점이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법 개정 이후 발령받은 요즘 젊은 교사들이 30년 넘게 근무하며 연금을 낸 후 정년퇴직을 할 시 수령액은 현재 금액으로 월 156-146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2018년 인사혁신처 자료 기준) 아무 일 없이 30년을 쭉 근무하고 정년을 했다는 아주 수학적인 가정 하의 계산이다. 2020년 기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약 105만 원, 기준 중위소득 약 175만 원이라고 한다. 건강한 개인이 150만 원을 받아도 이미 기준 이하의 수준인데, 여기에 나이가 들어 아프기라도 하면? 정년까지 근무한다고 해도 직업 수명이나 경제적인 면을 생각하면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평생 한 직장에서 근무하신 우리 아빠는 그리고 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는 일에 집중하면 모든 것은 잘 풀릴 거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갈 사회는 그렇지 않다. 있는 자리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세상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면 낙오되고 마는 것이 요즘의 사회이다. 직장에서 근무를 하며 업무 숙련도를 키워가면서 동시에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세대의 숙명이고, 내가 볼 땐 교사들의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평가할 때 안정성은 굉장히 중요한 항목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과거 IMF 등 경제 위기의 아픈 경험이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완전한 직업적 안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교사는 더 이상 평생직장이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이라는 착각에 사람을 안주하게 만드는 직장에 가깝다. 요즘 젊은 교사들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교직에 있는 동안은 꾸준히 변화하는 교육 현장에 발맞추어 제공되는 연수를 받을 테지만, 교사 이후의 삶은 스스로 준비하는 수 밖엔 없다.


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시작한 평생교육의 개념은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숙명처럼 다가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의 교육과정을 살펴봐도 평생 교육에 대한 요구는 도드라진다. 모든 사람은 평생에 걸쳐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기회는 준비한 만큼 주어지는 법이고 교사에게도 예외일 리 없다. 그러나 교직 사회를 생각해보면, 남을 가르치는 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종종 나 역시 학생이 되어야 하는 상황을 놓치는 때가 많다. 교사들 역시 평생 교육 속의 학생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은퇴 후를 막연히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연금 금액에 오류가 있어서 수정하였습니다. (120만 원 -> 156-146만 원) 과거 봤던 자료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썼던 게 찜찜해 자료를 찾아보니 잘못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기 전 더 자 꼼꼼히 찾아보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댓글에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도보다는 악플을 많이 겪으며 나름대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제가 쓰고싶은 글을 계속 쓰기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혹시 유학 휴직 등 개인적인 문의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제 프로필에 있는 블로그를 통해서 문의해주시면 언제든 답변해드립니다. 

*이미 브런치에서 교사 유학 휴직 과정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혹시 관심을 가질 분들을 위해 링크를 추가합니다.


https://brunch.co.kr/@sur102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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