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마주한 마흔 가지 고민들'...#00.】
‘불혹(不惑)’, 마흔이면 주변에 미혹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할 수 있다는데..
마흔이 된 나는 '불혹(不惑)'과는 먼 사람으로만 느껴진다. 일, 가정, 돈, 육아 등 모든 방면에서 예상치 못한 조그마한 변화라도 발생하면 일상은 그저 흔들림의 연속이다. '조금 더 어른답게, 의연하게 대처해야지'라는 다짐은 보기 좋게 호들갑을 떨어대며 방어기제를 발동하는 동안 잊어버리기 일쑤다.
20,30대에 상상해 본 마흔의 커리어란, 일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는 위치에서 안정적인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하거나 혹은 빠른 리더의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몇 번의 이직을 거치는 동안 지금하는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지금 속한 직장이 나에게 맞는 업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된다.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을 꿈꾼다고 하지만 현실은 오늘은 별일 없이 넘어가기를 바랐던 날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조직에 스며드는 동안 성장에 대한 고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은 옅어져 가고 있다. 오히려 20,30대 사회 초년생 시절이 회사에 대한 고민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걸 배우고 싶다는 의욕에 앞서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던 것 같다.
가정과 육아는 언제나 미안함의 연속인 일상이다. 마흔에는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할 보금자리하나 정도와 자녀들과 도란도란 일상을 공유하고 주말이면 산이나 들로나가 뛰어놀 수 있는 여유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언제나 녹록지 않다.
야근 없는 평일, 오랜만에 여유 있는 주말이라 해도 평일동안 회사에 바친 노동시간과 급여의 등가교환 후유증으로 온전히 현실의 좋은 아빠가 되기란 어렵다. 그러기엔 나의 체력은 보잘것없는 수준이었고, 없는 체력을 끌어모아 한껏 부대끼는 주말을 보내고 나면, 저녁에는 초주검 상태를 피할 수 없다.
돈과 관련해서는 안타깝게도 몇 번의 대 변곡점을 절묘하게 어긋난 타이밍으로 인해 그다지 축적된 자산이 없다. 그러다 보니 요행에 기대 평소 관심도 없던 '로또'에 희망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평일동안의 기대는 토요일이면 여지없이 실망감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약간의 위안이라면 몇 번의 이직을 통해 급여 수준을 조금 높였다는 것이겠지만, 만고의 진리처럼 급여소득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매년 깨닫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에서 명색이 전략을 담당하고 사업의 재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게 익숙한 업무지만, 정작 내 자산 축적을 위한 재정 시뮬레이션을 해본 적은 손에 꼽히고, 시뮬레이션은 언제나 현실과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곤 한다.
마흔인데도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마음이 흔들리고, 고민이 늘어가는 일상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 책과는 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시중에 나와있는 마흔을 맞이한 중년(?)을 위한 다양한 책들을 찾아봤다. (스스로를 중년으로 자기 객관화하려니 문득 서글퍼졌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의외로 좋은 시기이고, 가진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하기보다는 새롭게 도전함으로써 의미를 찾아가라는 조언들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새로운 글을 써 내려간다.
"마흔에 마주한 마흔 가지 고민들"... 사소하지만 현실적이고, 거창한 듯 포장해 보지만 실상은 굉장히 하찮을 수도 있는 다양한 고민들..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와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라임에 맞추어 써본 "마. 마. 고" 그 이야기는 언제나 고민에 대한 시발점인 직장,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한다.
이미지 출처:Unsplash의 Andres F. U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