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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Feb 04. 2017

카페에서

끄적임

   마스트레나의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육중한 진동을 땅으로 전하면 검은 커피 콩이 짓이겨진다. 18기압으로 압축된 120도의 증기가 가해지면 검은 콩에서 황금빛 액체가 나온다. 120 제곱미터의 카페는 함께 뿜어져나온 커피 아로마로 가득찬다.

   기다리는 손님이든 길 위에 행인이든 저절로 빙긋이 미소짓게 만든다. 다소 어둡게 조절된 조명이 만든 이 곳은 7개의 탁자와 21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검은색 75%에 갈색 25% 정도를 섞어 칠한 벽과 노란 LED 조명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의자를 끌어 당겨 앉는다. 비현실적으로 무거운 의자 때문에 짐짓 놀랐다. 자리를 잡아 앉았다. 적당한 높이의 테이블과 적당히 단단한 의자 방석에 기분이 좋아진다.

   책을 읽는 사람,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 노트북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나처럼 뭔가 적고 있는 사람, 심지어 자고 있는 사람까지 이곳에 있다. 카페의 의미나 역할을 되짚을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여기 있는 이 시점에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사실이 재밌다.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작업한다. 도서관의 목적성이 그렇고 교회 설계가 그렇고 영화관도 그렇다. 집 또한 거주라는 목적을 고려하여 설계한다. 그런의미에서 카페는 특이한 공간이다. 먹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끄적이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잠까지 잘 수 있는 곳이다. 모두의 요구를 완벽히 만족시키는 공간은 있을 수 없지만 이렇게까지 수용적인 공간은 카페 말고 떠올리기 어렵다. 몰스킨 무선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리는 작자까지 나타났다.


   이곳에서 1시간 쯤 머무르니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딘가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몰스킨 화가도 몰입 상태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아니 신비로운 면도 있다. 잠깐이지만 ‘커피의 아로마가 몰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라는 물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카페에서 쓰는 글이라 카페 예찬이 되버렸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나를 표현하여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이다. 그래서 ‘내가 이러려고 카페에 맥북을 들고 왔나’ 하는 그런 자괴감은 들지 않는다. “공간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라는 해묵은 가설을 다시 확인하고 돌아간다. 정서적으로 만족스러운 저녁 시간이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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