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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영 Jun 03. 2021

끄적임 하나

생각이 쌓여 정리가 필요할 땐. 끄적여봐요.

이것저것 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쁠 때. 멀티가 안 되는 나는 결국 과부하가 걸렸다. 이럴 땐 우선순위도 정해보고, 산책도 해보라고 하는데 머릿속이 뒤죽박죽 도무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그 순간!
책을 읽으며 작가와 대화도 해보고 책 속으로 풍덩 빠져서 허우적 대기도 하고 책 속에서 나를 잊고 유유히 헤엄을 치는 것도 좋지만, 이미 머릿속이 가득가득이라서  한번 정리가 필요하다. 쓰면서 버릴 건 버리고 집중할 건 집중하고 막히는 부분은 왜 안되나 손으로 내 생각을, 내 마음을 글로 덜어내 보면 어느새 발 디딜 틈도 없던 나 자신이 하나씩 정리가 되어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막상 치우려고 보면 정신없던 집안 청소도 하다가 내가 왜 이걸 안 버리고 놔뒀나, 그때그때 쓸고 닦고 치우면 될 일을 왜 크게 만들었나 욕하면서 하듯이, 글 쓸 때도 이거 하나 가지고  왜 이리 질질 끌었나 머리 부여잡고 짜증 내듯이 말이다.

그러다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서랍 속에 숨어 있던 물건들을 보면서 이게 여기 있었네? 하고 반가워하듯이 끄적이다 내가 모르던 나를 순간 발견하거나 헷갈리고 모호했던 기억이나 생각이 분명해질 때



끄적임으로  나를 하나씩 보물찾기 하게 된다.

일할 때는 돈이나 일만 보다가, 아이 낳고 보니 엄마로 살기 바빠 나를 나 스스로 얼마나 자주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일이 안 풀리거나 여유가 없을 때는 상황에 휩쓸려 우선 살고 보자 하고 나를 가장 먼저 내던지더니 정작 일이 해결되었을 땐 나는 나를 건져 올리는 걸 잊어버리게 된다. 그럴 때 이 끄적거림이 혼자 부유하고 있는 나를 문득 발견하고 건져내준다.  그저 한번 끄적여 본 걸로 나의 흔적 조각을 하나씩  찾게 되는 소소한 글쓰기. 이렇게 내가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보물을 손에 움켜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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