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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트 Feb 13. 2024

<언제나 밤인 세계> 희망의 성화

북리뷰


출처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9323034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하다.
약간의 도움, 조금의 희망 그리고 믿어주는 누군가.
- Magic Johnson


    태중에서부터 연을 맺고 나온다는 건 어떤 감각일까. 그 연이 찢어지는 기분은 또 어떻고. 하지은 작가는 그에 대한 답을 주듯 <언제나 밤인 세계>에서 한 남매의 이야기를 읊는다. 그중 한 아이가 뒤틀리는 광경은 최근 읽었던 <종의 기원>에서 다룬 악의 탄생을 가져오게 만든다. 악의 탯줄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천사의 손가락이 악인의 지장을 찍는 것인지.


    만약 악바리가 형태로 존재한다면 아길라와 같은 모양새일 거다. 분에 못 이겨 에녹을 가스라이팅하고 이용하는 그는 얼핏 보기에 최악의 인물로 보인다. 천사 같은 동생의 자아를 제멋대로 다루는 광인이자 천재. 어쩌면 그 광인은 어른의 손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애초 한 몸으로 자라날 수도 있던 아이들을 찢은 건 합의되지 않은 타의니까.


    아길라의 입장에서 점점 희망의 불씨가 사라지고 결국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에녹은 선택할 수 있지만 아길라는 승낙해야만 하니까. 그는 거절이란 선택지를 연이어 누른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진실로 소망하는 것이 생겼을 때의 절박함이 중후반을 이끄는 강렬한 동기다.


    오컬트와 판타지. 가까우면서 사뭇 다른 방향성의 장르를 합친 결과는 아름답다. 이런 경우 OO와 XX의 자식(lovechild)으로 표현하기도 하니 장막의 여인의 자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일까? 다크 판타지라는 말에 걸맞게 두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숱한 배신과 헌신은 마치 선과 악의 대결로도 보이지만…. 결국 아이들의 근원은 같다. 같은 씨앗에서 피어난 두 갈래 꽃. 하나는 밤의 세계 또 하나는 낮의 세계로. 각각의 자리에서 뿌리내리게 된 거다.


    남매를 떠올리면 헤드윅의 Origin of love의 한 대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곳에서 다루는 사랑은 에로스에 가깝지만 만일 찢어진 아이들이 아가페를 선택했다면 아길라와 에녹의 결말이 이해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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