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세상을 마주한 가정위탁 아동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
나는 현재 25살, 보호종료를 3개월 앞둔 대학생이다.
부모님은 내가 16살이 되던 해 돌아가셨다.
그해 나는 막연히 연기가 하고 싶어 부모님에게 연기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연기가 너무 즐거웠고 재밌었다.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합격자 발표가 나고 일주일 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할머니와 세대를 같이하며 가정위탁 아동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 순간 세상을 잃은 것 같던 나는 이 때 사춘기가 온 것 같다. 철이 없던 나는 할머니에게 수 많은 투정을 부렸고 많은 상처를 드렸다. 집에 있는 것이 답답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3년 뒤, 대학에 들어갔고 연기에 빠져 살며 하고싶은 건 다하고 지냈던 것 같다.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는데 자유롭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살아오던 나에게 군대는 생각할 시간을 정말 많이 준 것 같다.
처해져있는 환경, 현실을 깨닫고 너무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고 느꼈고 자존감을 빠르게 낮아졌다. 하고싶은 꿈이 많았던 나에게 현실이라는 벽은 너무 차갑고 높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또래 친구들 보다는 늦은 나이에 현실의 벽을 깨달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자왕 했다. 더 이상 할머니와 친척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않아 무작정 집을 나왔다. 당장 집을 구해야했고, 식비를 충당해야 했다. 그리고 학비도 내야했다. 그래서 그냥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학교다니며 쓰리잡까지 했던 기억있다. 평일에는 코인노래방과 주말에는 치킨집과 편의점 알바를 하며 미친 듯이 돈을 벌었고 방학이 되면 일용직 현장에 나가서 돈을 벌기도 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 자영업자분들 중,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을 날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학생으로서 정작 집중해야 할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특히 연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연기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미래가 너무나도 불안했고, 알바만 하며 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난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아무런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취업센터에 갔다. 여러 직업을 추천해 줬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고, 흥미가 없었다. 삶의 의욕이 없어지고 있을 때, 고등학교 때 부터 연기를 하며 살아왔던 나의 발자취를 보았다. 공연하며 함께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 무대위에서 박수받고 환하게 웃고 있던 나를 보고 내가 제일 나받게 행복할 수 있었던 순간은 연기할 때 였다는 것을 다시한 번 깨달았다.
그 맘때 쯤인 작년, 피곤함을 간신히 이기고 등교를 하던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데 그냥 전화를 받았다. 가정위탁센터였다. 전화한통이 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가정위탁 아동이었다는 사실을 이 때 알게되었다. 수급자 생계급여는 할머니가 관리를 하셨고, 집에 있지를 않으니 정보를 들을 수 없었고 나 또한 남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알아보니 내가 군대가기 전에 알바를 하며 잡혔던 금액으로 수급이 끊겨 위탁아동으로서도 대상에서 누락됐었던 것이다. 전화를 주셨던 선생님이 다양한 장학정보와 수급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셨고, 또 아동수당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이 후에 나는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낮아진 자존감과 오랫동안 쉬었던 탓으로 자신감 있게 할 수 없었지만, 같이 작업한 사람들과 관계하며 점점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주변에서 인정을 받아가며 자신감이 쌓였다. 그래서 바이럴광고와 단편영화도 찍고 학교와 대학로에서 연극작업을 꾸준히하며 작년에는 학과 내에서 최우수 연기자 학생으로 뽑히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나와 같이 가정위탁아동으로 살고있는 후배들을 위해 옹호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겪었듯 정보를 몰라 방황하고 꿈을 잃어가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인생을 정말 멋지게 설계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이라 함께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꿈을 꾸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서 포기하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라고 말해줄 수 있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멋진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