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습니까?”
“우리나라가 중립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라고 흔드는 윤구병 선생님 말씀에 따라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를 만들어 열 해 동안 걸었습니다. 휘청휘청 흔들리되 휘둘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잡으면서요. 성근 걸음이나마 내디디는 걸음걸음이 쉽지 않았습니다. 모자란 탓에 아프게도 하고 아프기도 하며 걷다 보니 이모저모 얘깃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드센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틈바구니에 낀 우리는 허리가 잘린 토끼입니다. 그러니 중립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용을 써도 하나가 되어 마음 놓고 살길을 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습니까?”란 물음을 들고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꾸준히 이어온 걸음이 있다면 이제까지 꼬마평화도서관을 쉰한 곳에 문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걸음을 글로 옮겨 놓으려고 합니다. 비록 비틀비틀 걸었을지라도 이 걸음걸음들이 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평화 풀씨를 우리나라 사람이 품게 하려면 책을 읽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윤구병 선생님 뜻에 따라 나라 곳곳에 평화도서관을 세우면 좋겠다는 뜻을 내었으나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맨해튼에 비를 피할 만한 노랗고 조그만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뛸 듯이 기뻤어요.
더 찾아보니 미국 젊은이 하나가 책을 즐겨 읽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책으로 집 앞에 책 몇 권이 들어가는 비를 가릴 책꽂이를 만들어 내놓았다고 해요. 책이 열 권 남짓한 아주 작은 도서관이지요. 이것이 밑돌이 되어 미국에만 만오천 개가 넘는 작은 도서관이 들어섰다고 하더라고요. 옳다구나! 싶어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에 어울리는 동무들한테 알렸어요. 다 두 손을 들어 반겼어요.
꼬 꼬불꼬불 울퉁불퉁 타박타박
마 마주잡은 손길에서 포르라니
평 평화가 피어난다면 어디든지
화 화사한봄 빚으려고 산과들에
도 도란도란 피는 아지랑이처럼
서 서로마주 도란도란 함박웃음
관 관심따라 피어나는 평화로움
2014년 12월 9일 파주 보리출판사 건물 1층에 있는 보리와 철새에 첫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들어섰어요. 첫 관장은 정병규 작가인데, 오각형 모양을 가진 꼬마평화도서관을 손수 지었어요.
거기서 머물지 않고 버려지는 서랍 따위를 되살려 바퀴가 달려 움직이는 꼬마평화도서관도 지었어요. 뜻이 깊고, 생각이 나면 바로 하고야 마는 분이세요.
두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은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 모임을 늘 하던 채식당 마지였어요. 2014년 12월 14일에 문을 열었어요. 관장은 마지 김현진 대표였습니다. 승합차를 사서 부릉부릉꼬마평화도서관도 열겠다고 했으나 열지 못했어요. 그때 살림이 어려웠거든요. 그러니까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이란 생각을 연 분이세요.
세 번째는 철원 노동당사 앞에 2015년 2월 5일 문을 연 탄피통 꼬마평화도서관이었어요.
네 번째는 2015년 2월 25일에 문을 연 인천에 있는 길벗어린이도서관이었어요. 박성장 목사님이 살림을 맡아 하는 곳인데 교회 열 돈으로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답니다.
다섯 번째는 2015년 3월 11일 고창에 있는 책마을 해리에 열었어요. 책마을 해리는 이대건 선생이라는 분이 학교를 통째로 사서 도서관과 아이들 놀이터 그리고 출판사까지 열었으니 대단하지요?
여섯 번째는 2015년 9월 2일 제주 새마을 작은도서관에 열었어요.
일곱 번째는 2015년 9월 2일 제주민속문화원에 들어앉았어요.
여덟 번째는 2015년 12월 16일 인천여성회 다락도서관에 피어났어요.
아홉 번째는 2015년 12월 20일 고양 농촌마을 두근두근에 열었어요.
열 번째는 2016년 1월 13일 노근리 평화박물관에 열었어요. 노근리는 6·25 전쟁 때 미국이 우리나라 민간인을 쌍굴다리에 몰아넣고 마구 총질을 해서 죽인 곳이에요.
열한 번째는 2016년 2월 16일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 열었어요.
열두 번째는 2016년 3월 10일 고양 서화한의원에 들어앉았어요.
열세 번째는 2016년 3월 10일 고양 반찬가게 호락호락에 들어섰어요.
열네 번째는 2016년 3월 10일 고양 자동차정비가게 프로월드카에 열었어요.
열다섯 번째도 2016년 3월 20일 순창 농부의 부엌에 피었어요. 이 꼬마도서관은 구례 카페 호조로 살림살이를 옮겼어요.
열여섯 번째는 2016년 6월 5일 해남 일지암에 똬리 틀었어요.
열일곱 번째는 2016년 6월 5일 하동 평사리 어귀에 피었어요.
열여덟 번째는 2016년 6월 8일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어귀에 자리 잡았어요.
열아홉 번째는 2016년 6월 16일 인천 풀뿌리미디어도서관에 들어앉았어요.
스무 번째는 2016년 7월 30일 고양 윙윙발전소에 들어갔어요.
스물한 번째는 2016년 10월 9일 서울 미르문화원에 피어났는데 몇 해 뒤에 구미 화엄탑사로 이사를 갔습니다.
스물두 번째는 2016년 11월 15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들어갔어요.
스물세 번째는 2018년 3월 14일 서울 개똥이네책놀이터에 심었어요.
스물네 번째는 2018년 5월 5일 미국 애틀랜타로 날아가 안겼어요. 대구에 사는 박삼선 선생께서 책을 일흔 권이 넘게 사서 미국으로 날려 보내셨습니다.
스물다섯 번째는 2018년 9월 5일 광주 선운중학교 중학교 2학년 복도에 가서 앉았어요.
스물여섯 번째는 2018년 9월 8일 성공회파주교회에 둥지 틀었어요.
스물일곱 번째 평화 풀씨는 2018년 10월 12일 제주 덕수초에 날아들었어요.
스물여덟 번째 평화 풀씨는 2018년 12월 31일 청도 운문승가대학에 심었어요.
스물아홉 번째 풀씨는 2019년 3월 4일 통일로에 있는 다세대주택 어귀에 날아들었어요.
서른 번째 평화 풀씨는 2019년 3월 5일 경산 운문유치원에 날아가 안겼어요.
서른한 번째 평화 풀씨는 2019년 4월 7일 서울 이상논술학원에 찾아들었어요.
서른두 번째는 2019년 7월 3일 원불교 박청수 교무님이 세운 용인 헌산중학교에 심었어요.
서른세 번째 평화 꽃은 2019년 8월 28일 서울 마을찻집 고운울림에 피었어요.
서른네 번째 평화 꽃은 2019년 10월 17일 구미 자동차와사람에 피었는데요. 미국 애틀란타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게 해주신 박삼선 선생께서 이번에도 책을 다 마련해주셨어요.
서른다섯 번째 평화 풀씨는 2019년 11월 17일 인제 부평초등학교 온배움터에 뿌려졌는데요. 밝은누리한몸살이 식구인 조승연 선생이 품어주셨어요. 장애 아이를 품는 특수학급을 맡는 조승연 선생은 꼬마평화도서관을 품고 다니십니다.
덕분에 서른다섯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은 홍천 매산초등학교에 이어 홍천 서석초등학교 현관으로 옮아 앉았어요.
서른여섯 번째 평화 줄기는 12월 21일 창원 청보리책방으로 뻗었어요. 그런데 이 꼬마평화도서관 최미숙 관장은 아이들이 보는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별책 부록에 실린 꼬마평화도서관 살림 이야기를 보고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겠다고 다지셨답니다. 몇 해 동안 꿈을 키우다가 꼬마평화도서관을 하려고 책방 문을 여셨어요.
서른일곱 번째 평화 줄기는 2020년 5월 16일 서울에 있는 유모차와 신발을 빨아주는 세탁소 화이트토탈크리닝으로 뻗어나갔어요.
서른여덟 번째 평화 풀씨는 2020년 5월 28일 성공회이천교회로 날아갔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때여서 개관잔치를 하지 못한 꼬마평화도서관이에요.
서른아홉 번째 평화 줄기는 2020년 7월 14일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부천 모지리로 뻗어나갔어요.
마흔 번째 평화 꽃은 2020년 10월 22일 지평에 사는 도예가 이금영·박성욱 선생이 피어올렸어요.
마흔한 번째 평화 풀씨는 2020년 11월 15일 대구 성공회 애은성당으로 날아들었어요. 이곳도 코로나19로 개관잔치를 하지 못했어요.
마흔두 번째 평화 풀씨는 202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광주 금호1동 주민자치회 품에 안겼어요.
마흔세 번째 풀씨는 2021년 6월 8일 제주 영평초등학교 너나들이광장으로 날아들었어요.
마흔네 번째 평화 바람은 2021년 9월 9일 인천에 있는 향수공방 휴향지에서 일으켰어요.
마흔다섯 번째 평화 뿌리는 2021년 10월 25일 고양에 있는 옷방 채홍갤러리에 내렸어요. 채홍을 아우르던 양하나 관장은 젊은이와 아이를 품겠다면서 서울 인사동으로 옮아가서 ‘청아랑’이라는 카페를 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청아랑 꼬마평화도서관이 되었습니다.
마흔여섯 번째 평화 풀씨는 2022년 1월 20일 인천 부지깽이논술교습소에 날아갔어요. 부지깽이 신현주 관장은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 살림을 처음에 맡아 알뜰하게 꾸려온 살림지이로 꼬마평화도서관 발자취를 훤히 꿰고 있는 분이세요.
마흔일곱 번째 평화 바람은 2022년 6월 19일 고양 청소년카페 와락에서 일어났어요.
마흔여덟 번째 평화 꽃은 2022년 10월 27일 군포 산울어린이학교와 푸른빛중학교에 피어올랐어요. 결 고운 이들이 모여 빚은 대안학교인데요. 아이들이 벼농사도 거들만큼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길러주는 배움터입니다.
마흔아홉 번째 평화 풀씨는 2023년 5월 16일 홍천 토리 놀이터에 찾아들어 움트고 있어요.
쉰 번째 평화 풀씨는 10월 16일 부천 빛나는친구들부천여고 앞에 있는 작은 책방 ‘빛나는친구들’에 날아들었어요.
쉰한 번째 평화 바람은 2024년 1월 29일 부천에 있는 밥집 서안메밀에서 일으켰어요.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에게는 로봇이 평화 그림책을 가져다줍니다.
서안메밀은 이제 로봇이 그림책을 배달하는 밥집이랍니다.
아, 그리고 2023년 4월 7일과 10월 16일에는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도 열었습니다.
4월 7일에는 자동차 네 대에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이 들어섰어요.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습니까?” 하는 물음으로 내디딘 열 해.
올해 들어서 초등학교 교실과 방과후 학교 그리고 금융센터에서도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겠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아울러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은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도 열어 평화 책을 여섯 달에 다섯 권씩 보내드립니다. 개인택시 기사님이나 학원버스, 어르신유치원 기사님들 가운데 뜻이 있는 분들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