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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늘 Apr 30. 2024

보건교사의 브런치 입성기(2)

글을 쓰기 시작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40년 동안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무작정 간호학과를 가서 간호사가 되고, 어쩌다 보니 보건교사가 되었듯,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게는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난 일이다. 한참 싸이월드나 카카오 스토리 같은 한물간 SNS에 짧은 토막의 글을 꽤 꾸준히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은 젊은 시절 일상이나 연애이야기, 아이를 낳은 후로는 육아기록 수준의 글이었지만 본격적으로 긴 글, 에세이나 혹은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어떤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글을 쓰려고 한다는 내 말에 친한 사서선생님께서 독서와 필사를 오래 하면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지는 순간이 있다며 아마 그 순간이 찾아온 것 같다고 나를 응원해 주셨다.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어디에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때마침 나에게 보건교사의 길을 권유한 친구가 먼저 도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평이나 감상문을 쓴다는 것도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가 이해한 바를 드러내야 하고, 나의 언어와 나의 경험으로 녹여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닌데 용기 내서 그 길을 걸으려 하는 친구를 보며 많이 부러웠나 보다. 그저 나도 내 속의 생각과 마음을 글로 털어놓고 싶어졌다. 물론 책을 좋아하기에 독서기록도 함께 하고 싶었다. 

내가 읽고 지나가는 많은 책들에 대한 생각과 나의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길 곳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온라인에 글을 남기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브런치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웃 수가 아니었다.
그저 글을 쓸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필요했을 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한 번쯤은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브런치에서 이미 활동 중인 작가님들은 그래도 글쓰기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되신 분들이지만 나 같은 글쓰기 초보가 어느 날부터 뚝딱 글을 잘 쓸 리가 없었다.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나는 보건교사가 아니라 이미 출간작가였을 것이다.


그래서 짧은 글쓰기로 글쓰기 감을 익히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소장용 미니북 쓰기 광고를 보았고, 두 번 고민 없이 바로 신청했다. 내 돈 내고 나만 가질 수 있는 책을 쓰기로 한 것이다. 나에게 21편의 짧은 글의 모음집을 쓰기 위한 돈 7만 원은 전혀 아까운 돈이 아니었다. 웃돈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무작정 매일 500자 이내의 짧은 글쓰기 도전을 시작했고, 현재 3번째 책이 인쇄에 들어간 상태이다. 매달 글감이 주어지는 21일간의 날들이 지나면 나머지는 나 혼자 글감 없이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사춘기 딸과의 갈등을, 어떤 날은 내 마음속 생각을, 어떤 날은 글을 잘 쓰기 위한 내 생각과 다짐들,  또 어떤 날은 업무이야기를 썼다. 나 혼자 글을 쓸 때면 500자가 항상 넘어가곤 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참여 중인 보건교사 학습공동체에서도 올해 공저 책 쓰기 도전을 하면서, 나의 글쓰기는 영역을 더욱 확장할 시기가 되었다. 그 도전 과정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시작은 친구의 카톡이었다. 나보다 먼저 도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 친구의 제안.


브런치에 에세이를 남겨볼 계획인데 같이 도전해 볼래?



브런치 그거 승인받기 힘들고, 책도 출간한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닌가? 친한 선생님 한 분도 이미 출간 작가이기에 브런치에서 승인을 받으신 걸로 아는데 나 같은 사람이 진짜 할 수 있는 건가 생각했다. 

올해는 글 쓰는 해, 책 쓰는 해로 도전 목표를 잡았으니 글 쓰는 사람들이 모인 '브런치 스토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작가 신청은 나에게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당연히 친구에게도 지금 공저 쓰기 준비도 해야 하고, 개인 소장용 미니북 쓰기도 아직 2권 더 해야 하니 당장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답을 하고 나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신청은 어떻게 하는 건지 방법이나 미리 알고나 있자는 마음으로 검색창을 두드렸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번 신청해서 된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바로 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다들 글을 열심히 쓰는 사람들 같았지만 브런치만의 작가선정 기준은 따로 있는 듯했다.


작가 신청은 자신의 글 한편을 올리거나 출간한 도서명을 적고, 꾸준히 글을 남기는 활동을 한 SNS를 남겨야 했고, 심사를 통해 작가 승인 여부가 결정이 된다.

신청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하니 내가 쓴 글은 이미 블로그에 가득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직은 짧은 글이 더 많지만 신청서에 올릴만한 적당한 길이의 글도 분명히 있었다. 


실패할 거라 생각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가 쓴 글에 보건교사 업무 에피소드와 관련된 글을 한 편과, 내 블로그 주소를 남겼다. 사실 어떻게 신청하나 맛만 보자 한 건데, 나도 모르게 신청하기 버튼에 손가락이 갔다. 미니북을 제작할 때 만들어둔 작가 프로필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기고할 글의 목차로

보건교사의 업무와 일상, 나의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 보건교사 공저 책 쓰기 과정과 글 쓰는 이야기, 독서방법과 독서기록처럼 현재 블로그에 남기는 글과 연계성, 확장성을 고려하여 신청하였다. 


신청 과정을 캡처하지 않았을 정도로 나는 바로 될 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어제 오후 반가운 메일이 도착했다. 작가 신청이 승인된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잡으니 이리저리 기회가 생기고 방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배우는데도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브런치도 사용법을 익히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이다.


정진(精進)
1. 힘써 나아감.
2.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음.



내가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정진(精進)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힘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에게 감사한 기회가 주어졌으니 나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쓸 수 있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나의 삶, 나의 일상, 나의 에세이 - 브런치 입성기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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