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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늘 May 04. 2024

(3) 올빼미, 종달새가 되다.

미라클 모닝 도전

 처음 자판필사를 시작할 때 새벽부터 부지런히 자판필사글을 올리는 몇몇 작가님들이 계셨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글을 올리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고, 한편으로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새벽의 어스름한 빛보다 밤의 깜깜한 어둠이 더 좋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밤에 늦게 자는 게 더 좋다. 아침보다 밤에 집중력이 훨씬 좋고,  밤에 깨어있을 때 혼자 하루를 마감하는 밤시간을 좋아한다.


올빼미처럼 조금 더 밤 시간을 보내다 늦잠을 자는 것은 좋아하는 내 습관 중 하나이지만 고치고 싶은 습관이기도 했다. 남들이 다 도전한다는 '미라클 모닝'같은 건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늦게 자니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기도 할 테지만 보통은 일어나야 할 시간을 알림 설정해 둬도 한 번에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10분 간격으로 2번~3번 알림을 맞춰두고 그 소리가 시끄럽다는 남편의 외침을 듣거나,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이제는 진짜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야 이불 밖으로 겨우 나온다.  


아침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면 정말 하루가 달라질까? 이것이 항상 의문이었다.

전체 수면시간만 일정하다면 일과시간을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하지, 일찍 일어나든, 늦게 잠이 들든 큰 차이가 있을까? 늦잠꾸러기인 나 자신을 변호하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했을 때 올해는 '미라클 모닝'에 도전을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마음만 먹고 실천은 새해가 시작된 지 4달이 되어도 깜깜무소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보며 나도 이왕이면 책 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작은 실천 하나를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판필사 3일쯤 되던 날, 새벽에 일어나 독서와 책 쓰기를 하고 보건교사이자 작가로 하루를 알차게 보낸 후 만족스럽게 밤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변화될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새벽 5시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들었다.


첫 도전일. 맞춰놓은 시간에 눈은 떴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실패다.

알람을 끄고 다시 이불을 머리까지 뒤덮을 땐 ‘한 시간 더 잔다고 뭐 어때? “하고 당당했었다.

그리고 원래 일어나던 기상시간이 되어서야 ‘아,, 분명 눈을 떴는데 그냥 일어날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고 이 마음은 그날 하루종일 나를 맴돌았다.


다시 그 다음 날, 이번엔 당당하게 맞춘 시간데로 일어나 책을 읽고 필사를 했다. 필사를 다 마치고 창밖을 보니 어느새 주변이 환해져 있었다. 머리가 반쯤은 멍한 상태로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면 바로 잘 수 있는 상태였지만 기분만큼은 오늘은 성공했구나 하는 만족감이 벌써 가득했다. 다음 새벽기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고, 또 어느 날은 실패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겨우 하루 성공한 것뿐이니 어떤 것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항상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이 함께한다. 이 양단의 감정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할래 할래’와 ‘말래 말래’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일단 시작을 했다 해도 그다음은 귀찮음, 포기의 공격을 받는다. 


2일 차 미라클 모닝을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이날 밤은 피곤한 상태인데도 잠이 쉽게 들지 못했다. 한참을 뒤척여 잠이 들었고, 2일째 아침은 전날보다 30분은 늦었지만 어쨌든 새벽에 기상을 하고 필사를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내일 주말인데, 일찍 일어나야 하나?’,‘그래도 일찍 일어나 보겠다고 말했는데 겨우 하루만 성공하고 만다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나?’, ‘아니,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그냥 더 자자’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하루 만에 귀찮음과 포기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진짜 새벽기상이 좋긴 좋은가? 나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포기의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다.


상쾌하고 좋았다. 


미라클 모닝 도전 3일째, 점점 더 더 눈을 뜨기가 쉬워짐을 느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나에게 필요한 준비물은 뜨거운 물 한 잔과 노트북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이제는 아침 냉수보다 뜨거운 물이 점점 더 좋아진다. 눈을 비비며 한 꼭지 분량의 책을 읽고 자판 필사를 한 후 감상문을 적는다. 1시간 동안 열심히 그리고 필사용 인스타 계정에 글을 올린다. 함께 글쓰기를 준비하는 선생님들 모임 단톡방에 글을 공유한다. 그 사이 어느덧 밖은 환해졌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항상 업로드 1~2등을 다투시던 선생님들의 글이 아직이었다. 웬일로 내가 제일 먼저 필사와 감상문을 완성했다. 


미라클 모닝 도전 일주일이 되어가면서 이제 몸은 많이 적응되었다. 나는 여전히 침대의 유혹을 받지만  남편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다. 내 서재가 따로 없는 우리 집에서 나의 자필필사 공간은 거실 한쪽에 놓인 데스크톱이다. 자판필사를 하는 손가락의 속도가 버거운지 낡은 키보드의 뚱땅거리고 씩씩거리는 소리가 거슬린다. 자고 있는 식구들의 잠을 깨울까 봐 신경이 쓰인 나는 다음날부터는 블루투스 키보드로 바꿨다. 그래도 키보드의 타닥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나에게는 크게 들린다.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필사를 하면 머리가 점점 잠에서 깨어남을 느낀다. 



출처: pixabay


책 쓰기를 핑계로 겨우 며칠 안 되는 새벽기상이 이리도 좋다면 진짜 책을 쓰고 나면 얼마나 많은 부분이 변화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걱정, 두려움, 의심들을 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내 삶에 대한 관심도 많고, 질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어쨌든 ‘할래 할래’의 마음이 들어선 지금은 책 쓰기로 내 삶의 수준을 높이고 질적으로 잘 사는 삶을 꿈꾸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나에게는 멘토가 되어줄 소중하고 멋진 작가님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걱정도 접어두기로 했다.


시작하지 않고 얻는 것은 세상에 없으니 미라클 모닝과 함께 책 쓰기 준비를 시작한다.


보건교사 공저 쓰기 (3) 올빼미, 종달새가 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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