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말이 되었다

어른의 사춘기

by 시원시원

© geralt, 출처 Pixabay


'NO'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말이 되었다


오래된 거래처가 있었다. 처음에는 일을 하면 바로 결제가 이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결제는 딜레이 되었다. 그에 따른 미수금도 불어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덧 결제는 한 달로 되어버렸다. 이때까지는 참을만했다. 하지만 한 달 결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거래처의 오더는 계속 이루어졌다.


나는 거절을 해야 했다. 미수가 늘어나기 전에 그 거래처와 거래를 할지 말아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거절을 못한 이유는 거래처가 준 일의 양 때문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이득에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수금을 해달라는 말조차 조심스러웠다. 혹시 다른 업체로 갈아탈까 봐 걱정했던 것이었다. 결국 그에 따른 문제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미수금은 점점 늘어났고, 결제일도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갔다.

한 번은 결제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거래처의 말은 이러했다.

"너만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도 주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

그랬다. 거래처는 거절 못하는 나보다 거절 잘하는 업체 먼저 수금을 해주었다. 나의 배려가 거래처에게는 이용 대상이 될뿐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미수금을 세 번에 걸쳐 받고 나서 그 업체와 인연을 끊었다.


서로의 관계 속에서 제일 힘든 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거절이다. 그 이유는 타인에 대한 자신의 착한 코스프레 때문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감내한다. 어쩌면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를 상대방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것일 수 있다. 거래처에 착한 사람이 되려 한 나는 'NO'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말이 되었다. 지금도 상대방의 부탁에 거절은 어렵다. 하지만 그 거절이 상대방과 나의 인연을 이어준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버린다면 'NO'는 '좋다'보다 더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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