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사춘기
© maximeutopix, 출처 Unsplash
관계에 있어 좋은 관계만 맺을 순 없다. 나쁜 관계, 원치 않은 관계, 어쩔 수 없는 관계 등 나에게 피곤한 관계들은 언제나 주위에 넘쳐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이런 말이 전해져 온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변해도 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똥 같은 관계를 다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에게 거래처 사장인 B가 있다. 그는 항상 오면 첫마디가 이러했다.
"넌 좋겠다. 장사가 잘 되어서, 부럽다"
왠지 비꼬는 투의 말로 아침마다 나에게 말했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매일 듣는 나에겐 고통스러웠다.
참다못해 그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하시죠"
"아침마다 듣기 거북하네요"
내 말에 그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눈썹 한쪽이 위로 올라갔다.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게 왜?, 너 칭찬한 건데"
어이가 없었다. 처음부터 그 말이 칭찬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꼬는 그의 말에 화가나 그와 격한 말싸움을 벌였다. 그가 떠난 뒤 나는 어김없이 불쾌한 감정과 싸워야 했다. 그는 왜? 아침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할까? 바로 내 반응을 보며 내심 즐기기 위함일것이다.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관계, 특히 직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반응을 보며 다가온 이들에 일일이 반응을 하면 결국 그들에게 벗어날 수 없다. 당장 인연을 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관계를 맺자니 앞이 캄캄하고,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격한 말싸움에도 B는 아침마다 찾아왔다. 단 하루만이라도 오지 않을 거란 나의 상상을 상상만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김없이 그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우선 그의 말에 반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못 들은 척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조차 내 반응이라 느껴진 듯했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말을 쏟아붓고 '그렇게 살지 말라'며 훈계의 탈을 쓴 비아냥을 던지고 사라졌다. 무시를 했지만 어김없이 불쾌한 감정은 여전했다. 다음날 그는 다시 왔다. 어제의 무시에 대해 말을 했다. 이번엔 그의 말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가 말할 때마다 '당신이 옳다'고 말했다. 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애써 그의 비위를 맞추어 주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는 신이 났는지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갔다. 불쾌한 감정은 여전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거리를 두어야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관계에서는 그것조차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결론는 그에게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나무처럼 단단한 모습이 되서 더 이상 관심 밖의 사람이 되어야 했다.
칭찬을 해보아도,
비위를 맞추어도,
비난을 하여도,
침묵을 하여도,
아무리 노력한들 그를 변화시킬 순 없었다. 결론은 내가 변해야 했다.
내가 변하기 위해서 현실에 타협했던 습관들을 버려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매장에서 책을 읽었다. B는 그런 내 모습에 비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네가 그런다고 달라지겠냐?"
그의 말은 어김없이 불쾌한 나의 감정을 일으켰다.
나는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점점 습관들은 바꾸어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현재에 있는 곳에 벗어났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보다 변화된 모습을 인정해주는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그는 내가 쉽게 포기할 거라 생각했는데 꾸준히 하는 모습에 몹시 당황했다. 반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그와 거리가 생겼다. 이제는 아침마다 오지 않을뿐더러 매장에 와도 막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나의 변화가 그에게 더 이상 쉬운 사람이 아니란 걸 알려주었을 것이다.
친하다는 이유가
어쩔 수 없다는 이유가
더 이상 똥 같은 관계가 되지 않도록
내가 원하는 거리만큼
내가 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