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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현 Jan 04. 2021

유도장에선 뭘 하나요?

여자에게 유도란 하기 좋은 운동일까?

2020년 여름이었습니다. 유도만 했던 몸입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만 29세 여자입니다.


본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부분부분 옮겨 편집한 것입니다. 애초에 #여자유도일기 를 적기 시작한 이유는 저의 도장에 같이 유도하는 여자분들이 늘어났으면 해서... 여자가 한 유도 후기를 일단 보고 싶은 여자분들이 혹시 있으실까봐... 등입니다.


그간 #생활체육 #유도 경력이 1년을 조금 넘었고 초단을 땄습니다만,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도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고, 소중하게 1년간 단련했던 근육이 매일매일 조금씩 사라져 가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유도가 너무 좋아서 유도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유도 유튜브만 보며 보낸 지난 1년이 한두 달 새 없었던 시간이 돼 버리진 않을 것이라 믿으며, 오늘은 유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여성에게도 하기 좋은 운동인지(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지만, 어쨌든 여자로서 남녀가 섞이는 공간에 들어갈 때는 꺼려지는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 마련이니까요) 적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유도에 대한 이미지: 서로 넘기고 넘어가는 운동이다? 대략 맞는 이야기입니다.


운동 계기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소질이 없도 편은 아니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체육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단거리달리기나 줄넘기 대회에 나가는 등의 전적도 있었고 축구도 좋아했으며 잘 했어요. 팔힘이 상대적으로 없어서 대한민국 학창시절 대표운동ㅋㅋ인 피구는 아주 잘 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피하는 걸로 끝까지 살아남는 멤버에 속했습니다. 어릴 때는 결국 의지가 있는 학생이 운동 잘 하는 학생이 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며 여자인 친구들은 운동을 점점 기피하게 됐어요. 여자라면 아시겠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자유시간을 주면 친구들은 다들 등나무 스탠드로 가 버렸고, 원래는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했는데 그 놈들이 몸집이 커지면서... 이전처럼 볼을 쫓다가 남자애와 부딪히는 순간 내 몸이 날아가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뒤 축구에 점점 끼지 않게 됐습니다. (이 때만 떠올리면 체급 트라우마가...) 체육 선생님이 킥 강좌를 따로 해 주시기도 했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점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운동과 멀어지게 됐습니다.


20대 초반쯤엔 헬스장에 다녀 보려고 했는데 헬스장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 귀찮아서 안 가게 됐고요.


수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동사무소? 수영장도 다녔는데 마찬가지로 여름날에 20분씩 걸어다니기 너무 귀찮아서 안 가게 됐습니다. 물에 뜨는 법이랑 자유형은 그래도 배웠어요! (그 자유형이 실용성이 있느냐, 바다에서 갑자기 물에 빠졌을 때 써먹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 운동을 할 때는 장소의 접근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전 혼자 하는 운동보다 남과 경쟁하는 운동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헬스나 수영엔 그래서 정을 못 붙였던 듯... 지금 다니는 유도장은 걸어서 15~20분 거린데 잘만 다니고 있음.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 뒤엔 공황장애 극복을 위해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왜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하여튼... 유도장을 찾았습니다. 망원동에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위에 적었듯이 팔 힘이 약해서 복싱은 안 끌렸고, 태권도는 어릴 때 친구들이 하는 걸 하도 봐서 별로 호기심이 안 생겼거든요. 그나마 코어랑 하체 근육을 활용할 수 있는 종목이 유도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중심이 낮으면 좋다길래 흠 난 다리가 짧으니 좋은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ㅋㅋㅋㅋ) 그렇게 처음 유도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의 선수는 아베 우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52급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유도장, 불편하진 않을까?


유도장에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가? 대부분의 경우 사실입니다.

유도를 하면 남자와 신체접촉이 생기는가? 사실입니다.


아래에 좀 더 자세히 적겠습니다.


유도장에 가면 무엇을 배우나?


먼저 처음 하루이틀은 따로 옷 입는 법, 띠 매는 법, 낙법 등을 배웁니다. 낙법은 구르거나 떨어질 때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법이라 중요합니다.


그 이후의 훈련은 대략 아래의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가 본 두 곳의 도장에서는 그랬습니다! 관장님 스타일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만, 대략 비슷할 거예요.)



1) 준비운동, 구르기, 배밀기


관원들이 다 함께 모여 준비운동(체조에 가깝습니다), 구르기 연습(학생 시절 하던 앞구르기 뒷구르기 등...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방팔방으로 구릅니다), 스트레칭, 기타 근력 보조 운동과 배밀기를 합니다.

사진의 배밀기는 '웨이브 푸쉬업'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사진에 적힌 힌두 푸쉬업이라고도 합니다. 유도에 중요한 코어 및 팔-어깨힘을 위한 운동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근력이 모자라 못 하시면 선생님이 코칭해 주실 거예요. 무릎을 꿇고 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꾸준히 하면 결국 근육이 생기고 힘이 생깁니다!)



2) 익히기

www.rikidojousa.com


대략 이런 느낌으로 관원들이 마주보고, 두 명씩 짝지어 익히기를 합니다.


실제로 상대를 바닥에 메치는 게 아닙니다. 대략 머리로만 이해한다고 상대방을 무리 없이 넘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메치기에 앞서 '자세' 연습을 훨씬 많이 합니다.


※ 예를 들어 처음 배우는 기술로는 한팔업어치기가 있는데, 처음 한두 달간은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자세 연습을 할 것입니다. 유도의 기술은 기본적으로 나의 몸을 지렛대로 이용해 상대를 기울여 던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타이밍, 몸을 대야 하는 부분, 힘을 써야 하는 방향을 익히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림의 4단계 중 2단계 정도까지 들어가며 서로가 넘어지지 않는 선에서 자세를 익히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텝과 팔의 자세, 각도 등을 익히고 몸에 배게 하는 단계입니다.


3) 메치기


그 뒤 익힌 자세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메쳐 봅니다. 위 그림의 4단계까지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도장 바닥은 굉장히 푹신합니다. 메치기를 할 때는 그 위에 또 매트리스를 깔고 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생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것입니다!)


온 힘을 다해 상대방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약속 하에, 약속된 타이밍에 상대를 부드럽게 넘기는 것에 가깝습니다!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신체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끝납니다. 메쳐질 때 낙법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고요.


4) 굳히기


가장 기본적인 굳히기(누르기) 기술인 곁누르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서로 몸에 힘을 주며 몸싸움을 해야 하고, 대략 이 정도의 신체접촉이 이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짓수와 비슷한 느낌이죠? (물론 상체뿐 아니라 하체를 붙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간 도장에서는 굳히기는 매일 하지 않았습니다. 수업은 좀 더 익히기와 메치기에 집중돼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대부분 이 단계에서 여성 회원은 여성 회원과, 혹은 어린 학생들과 붙여 주려고 언제나 신경쓰실 것입니다. 남성 회원이 다수이니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복이 굉장히 두껍고, 이런 기술들은 피차간 굉장히 사무적이고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편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임하시면 됩니다: 이걸 어떻게 누르고 어떻게 꺾고 어떻게 졸라야 내가 최강자 이시대의 야인시대! 이시대의 시라소니! OO구 돌도끼 불주먹 유도짱이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든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면 반드시 지도자에게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5) 잡기싸움, 대련

그 뒤엔 잡기싸움 혹은 대련이 이어집니다. 잡기싸움은 격렬한 기술을 걸지 않는 한에서 서로가 서로의 도복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잡고 또 상대방의 손을 풀어내는 일종의 수 싸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유도에서는 잡기싸움이 제일 중요합니다! 상대가 불편하게, 상대가 나를 잡지 못하게, 더럽고 치사하게 플레이할수록 잡기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상대는 대부분 선생님이 신경써서 정해 주십니다. 서로의 체급이나 힘 등도 신경써 주실 거고, 초보끼리 하면 단순한 힘싸움이 되거나 부상을 입기 쉽기 때문에 처음엔 실력자를 상대로 붙여 주실 것입니다.


제 경우엔, 처음엔 주로 저와 체급이 맞는 여자분들 및 남자 초등학생/중학생을 상대로 했어요. 이후 다른 상대와도 잡아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요청대로 해 주셨습니다. 여자 청소년, 남자 청소년, 여자 성인, 남자 성인 등을 전부 상대해 봤고, 너무 체급이 크게 차이나는 사람과는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저보다 실력이 좋은 분들일 때는 언제나 서로 다치지 않게, 또 너무 일방적인 싸움이 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제가 더 실력이 좋을 때는 제가 상대를 배려합니다.


처음엔 대체 이게 뭘 하는 건지 감도 안 잡힐 수 있습니다만, 연습을 반복하며 개인적으로 공부하다 보면 점점 감이 잡히고 재미있어집니다! 진짜입니다! 잡기싸움/대련이 제일 재밌어요!



6) 마무리 운동


마지막으로는 마무리로 맨손 근력운동을 하고, 서로 인사한 뒤 끝납니다.


도장에 따라 덤벨, 운동 기구, 밧줄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근력을 기르고 싶으시면 끝나고 따로 운동하셔도 됩니다!


김잔디 선수. 저와 동갑인 91년생입니다. ^^


운동량? 체력?


일단 운동량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신의 근육을 쓰는 운동입니다. 엄청 헉헉거리고 땀도 팍팍 흘리게 됩니다.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 사이를 근본적으로 구분해 주는 기준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이 모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준비운동 단계에서부터 이미 근육 운동을 시작합니다. 운동량이 부족한 채로 온 남자 회원분들이 준비운동 단계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모습도 봤습니다. 처음 오셔서 근력이 부족한분들은 배밀기 등 근력운동을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자세로 하시기도 하고요.


그런 만큼 계속하면 눈에 띄게 몸에 힘이 생깁니다! 한창 매일 유도할 때는 집에 오면 단단하게 잡힌 스스로의 근육을 변태처럼 만지며 만족하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꽉 찬 인간이 되는 기분이에요... 짜릿하고 흥분돼...


체력 증진되는 속도도 장난 아닙니다. 첫 주에 있던 근육통과 땀 세바가지 흘려서 생기는 갈증, 딱 한 주 지나면 엄청나게 좋아집니다!


(※ 관장님들의 말에 의하면 유도를 하면 술을 잘 마시게 되고 소화가 잘 된다고 합니다. 관장님들이 다 그 말 했음.)



부상 위험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서로의 깃을 잡고 맨발로 움직이며 체중을 싣는 운동이기 때문에 손가락/발가락을 삘 수 있습니다. 손가락 테이핑은 몇 달 안에 할 줄 아시게 될 거예요. 그 외엔 안 쓰던 근육들을 빡세게 쓰며 생기는 근육통이 있을 것이고ㅋㅋㅋㅋ 무릎, 발목, 손목 등을 삐끗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운동을 하든 부상 위험은 있으니까요. 덤벨 들거나 맨몸운동 하다가도 손목 발목 무릎 허리 나갈 수 있는 게 사람 몸입니다! #생활체육 인 만큼 스스로가 다치지 않게, 너무 경쟁심에만 심취하지 않고(근데 전 너무 심취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관원분들...) 올바른 자세로 자신의 몸을 돌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ㅎㅎㅎ(갑자기 교과서적마무리)



도장을 찾기 전에


1) 지도 앱 등을 통해 근처의 도장을 알아본 뒤

2) 미리 전화를 드리고

3) 수업시간을 알아본 뒤

4) 도장을 찾아 상담 후 잠시 견학(양해를 먼저 구합니다!)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도 만나 알아보고, 수업 분위기도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몇 군데 돌아보며 고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수업 분위기는 지도자 분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편이라, 그 부분도 한 번 보시면 좋을 거예요.


일단 도전정신을 갖고 다들 해 주세요! 유도 엄청 부드럽고 멋있고 머리도 쓰고 힘이 들어가는 좋은 운동이에요! 정말정말 재밌다!


그럼 여러분...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도장에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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