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자의 유도 수련기 1
오랫동안 뜸했습니다. 뜸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 유도를 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 유도를 시작한 건 몇 년 전이지만 그 때 띄엄띄엄 다녔던 2개월 가량은 사실상 의미없는 시간이었고요, 다시 제대로 시작한 건 2019년 9월 16일이었습니다. 오늘이 8월 21일이니 유도 시작 2주년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저는 그 동안 코로나로 도장에 나가지 못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매일 도장에 나갔답니다. 거의 인생이 유도로 주객전도됐죠?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윤현지 선수를 비롯해 많은 여자 유도선수들이 주목을 받는 것을 보고 참 기뻤어요. 다음 주 <노는 언니>에 윤현지 선수를 비롯해 오랫동안 제가 예능 출연을 기다려 왔던 김성연 선수, 계체 당일 통과를 위해 그 자리에서 삭발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강유정 선수가 출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유도는 전부터 남성이 주로 하는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실제 유도장도 남초 환경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정말 유도가 너무 좋아서 나와 내 몸무게 1.5배인 남성 단둘만 도장에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유도를 해 왔습니다만, 유도에 막 입문하신 분들이 그런 환경에 놓이면 유도의 재미를 알기도 전에 의욕을 잃으시기 쉽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실제로 유도장에 처음 오시는 분의 비율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꽤 높았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다양한 종목에서 여자 선수들이 선전했고 그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그 덕에 더 많은 여자 분들이 유도에 관심을 갖게 되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다시 한 번 유도 이야기 연재를 시작해 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도는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에요! 운동량이 많은 만큼 체력과 근력도 빨리 는다는 게 큰 장점이고, 나보다 25kg 무거운 상대를 공주님 안기로 들 수는 없어도 기술로 넘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배우면 배울수록 몸을 쓰는 방법, 내 몸에 붙은 근육의 위치와 역할, 내 몸의 기능이 지닌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도 알아 가게 됩니다. 상대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 항상 대련을 통해 상대와 싸우는 운동이라는 점도 경쟁심이 강한 제게는 큰 매력이었어요. (한편 타인과 가까이 붙어 있고 싶어하지 않는 제 친구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유도를 하고 싶지 않다고도 하더라구요...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게 좋다나... 참나...)
하지만 남과 운동하는 게 재미있겠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도복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상대방을 던져 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 고 생각하는 여성분들도 분명히 계시겠죠?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마침 입추가 지나 날도 시원해지고 예전만큼 땀이 나지 않는 바로 지금... 도복운동을 시작할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글은 처음 유도장에 가면 무엇을 하는가, 어떤 기술이 있는가 등 유도 소개를 위한 글이었다면, 이번에 연재하는 글은 비교적 가벼운 체중(50kg 초중반)의 여성으로서 남초-대결 스포츠인 유도장에서 그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고충과 어떤 즐거움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유도를 해 왔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등 개인적이고 실질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해요.
여성 여러분! 유도하자!
도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