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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현 Dec 29. 2020

공포드라마 리뷰: 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

대만의 유명 인디 게임에서 영화로,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총 8부작)로 제작된 학원 공포물 <반교: 디텐션>입니다. 드라마 리뷰 글이지만 게임 및 영화와의 비교를 아예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네요.


▼ 이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게임 스크린샷.
2019년작 영화의 포스터.


저는 영화->드라마 시청 중 게임이 궁금해져 게임 플레이->드라마 끝까지 시청 완료 순으로 거쳤습니다.


게임의 핵심 테마는 주인공 팡루이신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 즉 자신이 학교의 독서회를 고발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영화는 게임을 통해 풀린 '썰'을 하나의 완성도 있는 플롯으로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며 팡루이신이 그 때 그 때 느낀 감정을 포착하는 데 더 집중합니다. 게임이라는 원작을 다소 의식한 탓인지, 조금씩 비어 있는 부분들을 완벽하게 채워넣어 '이렇게 된 거야! 완전히 이해되지?'라는 식으로 모든 걸 떠먹여 주겠다는 각오가 너무 강하게 느껴져 아쉬웠던 기억입니다.


한편, 넷플릭스의 드라마는 원작의 50년대가 아닌 90년대를 배경으로, 팡루이신이 다녔던 바로 그 추이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류윈샹을 주역으로 해 출발합니다.


에피소드 3의 제목인 <你就是我 (我就是你)>-너는 곧 나, 나는 곧 너-를 통해 표현되듯, 다른 시대를 살아간 팡루이신과 류윈샹에게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선생님을 좋아했고, 가정 내의 불화를 겪고 있고, 학교에서는 모두에게 비난당했습니다. 길게 적진 않겠습니다만, 요약하자면 두 사람 다 스스로의 힘만으론 빠져나가기 힘든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정폭력 및 위계에 의한 성폭력 트리거 경고가 붙어야 할 것 같은 작품입니다.)


위에서 적었듯 원작인 게임과 영화의 테마는 폭력적인 시대 속에서 옳지 못한 선택을 내린 팡루이신의 죄책감이고, 결말로 갈수록 플레이어는, 시청자는, 혹은 팡루이신은 자신이 그런 선택을 내렸다는 기억을 떠올리고 진실을 마주하기를 종용받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팡루이신은 아주 정확하게 '복수'를 꿈꾼다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죠. 게임은 팡루이신에게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기억해 내고 받아들이라고 했습니다만, 그걸 다 떠올리고 나면 누군가에게는 복수를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잖아요. 일어난 일이 100% 팡루이신만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정신을 차린 루이신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장제스에게 가서 복수를 하고 싶어한대도 이상할 건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루이신은 원혼이 돼 몇십 년을 기다린 끝에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윈샹을 찾아내고, 마침내는 윈샹의 몸에 들어가 교관과 교장에게 복수를 합니다.


한편, 이 때 윈샹의 혼은 이미 사라진 루이신의 몸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신 그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루이신의 혼이 몇십 년째 그랬던 것과 같이 그녀 생전의 기억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짚으며 반복합니다. 내가 너라는 건 동시에 네가 나라는 뜻이기도 하므로, 루이신이 윈샹의 몸에 들어가 윈샹의 삶을 살 때 윈샹은 역으로 루이신의 기억 속을 걸으며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루이신이 인정하기 싫어했던 사실들마저 간파합니다.


팡루이신이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하긴 했지만, 이게 팡루이신의 복수 살풀이 드라마…는 되지 못했거든요. 결국 이 이야기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두 소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의 삶을 이해/납득시키는 결말로 마무리됐습니다. 윈샹은 루이신을 성불시키고, 이 과정을 통해 윈샹 역시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엔딩 부분의 일련의 시퀀스들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건전 발랄한 바른생활 학원물입니다. 루이신에게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지만, 그녀가 원혼이 되었던 덕에(ㅠㅠ) 힘들어했던 윈샹이라도 저렇게 살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결국 끝까지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요. 뒤로 갈수록 엉성하다고 느껴집니다. '학원물', '성장물인 동시에 공포물'이라는 장르에서 기대되는 바를 그대로 따라가는 탓이에요.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 달려갈수록 극은 두 주요 인물의 정신적인 성장과 극복, 아련하면서도 후련함, 이런 분위기에 한없이 취해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무시합니다.


이건 아이들의 고통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학원물-공포물-성장물에 걸맞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데만 집중하느라 정작 이 아이들이 진짜 고통을 겪은 요인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되지가 않았다는 겁니다. 장르적인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 부분이 생략됨으로서 오히려 아이들이 겪은 폭력과 고통의 원인이 본인들의 작은 거짓말 때문이기만 한 것처럼 표현됐어요. 그것만 반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이런 스토리텔링 방식은 너무 폭력적인 눈가리고 아웅이죠. 


그 부분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별점 많이 뺄까 하다가… 두 주연의 합이 하도 좋아서 별 3개로 저 자신과 합의봤습니다.



(+저 남학생... 무속맨 청원량 캐릭터 너무 웃깁니다. 청원량아 네 영능력이 여기서 제일 쓸데없구나~!!!)

(++웨이중팅아!! 네가 팡루이신 무덤에 가서 편지만 제대로 낭독해 줬어도 이런 일은 안 생겼잖아!!! 정신좀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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