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일주일이요?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구요?"
"아니 그러면 안 돼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제야 조금 보여서 이제는 진짜로.. 진짜로 살아보고 싶었다구요.. 그런데 일주일이라뇨.."
"우리 엄마아빠 보다 먼저 갈 수 없어요.. 너무 많이 슬퍼하실 거예요..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은 어쩌구요.. 제가 한 약속들은.. 저를 믿어준 사람들은.. 모두 어쩌구요"
순간 멍해졌다. 의사 선생님은 일주일이 나의 삶에 남은 마지막 시간이라 말했다. 건조한 말투였다. 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경우도 아니니 유난 떨 것 없다는 듯 무척 건조한 말투였다.
보통 드라마에서도 세 달 전에는 알려주지 않나..? 아니 적어도 한 달은 남았다고 하지 않나? 일주일이라니. 너무나도 짧다 일주일은. 무엇부터 정리를 해야 하나. 누구에게부터 인사를 해야 하나.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터벅터벅 쓰러지듯 병원문을 밀며 나왔다.
다 그대로다. 지나가는 차들도. 걸어가는 사람들도. 하늘도. 나무들도. 다 그대로다.
아무도 모른다. 나에겐 이제 일주일뿐이라는 것을. 아. 시간이 없다. 전화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이 사실을 전할 준비는 안 됐지만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아들~ 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넘어온다. 목이 메인다. 식사는 하셨냐고 물었다. 그냥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늘 그랬듯 주말에 얼굴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 주말이 나에게 마지막 주말일 텐데..
사십 년을 가까이 살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남았다.
힘들고 괴롭고 어려웠던 일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따뜻했고 즐거웠고 고마웠던 기억들만 떠오른다. 돌이켜보니 나는 참 감사한 삶을 살았다.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이 모든 감사와 도움과 사랑을 당연한 듯 받았다. 이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앞으로는 표현하고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이라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일주일뿐이다. 이 집도.
집이 너무 크다. 짐이 너무 많다. 가져다 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 내가 무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집이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들을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으려 이고 지고 부단히도 애를 써왔다. 왜 이렇게까지 무겁게 지내왔는가 싶다. 아무도 그렇게 지내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내가 다 떠안고 있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이상한 곳에 쏟아왔다.
소파에 앉았다. 자 일주일이다.
뭐부터 해야 할까. 고마웠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부터 떠오른다. 하나하나 만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다. 내가 없이도 모두 잘 지낼 사람들이니 굳이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고 한 명 한 명 얼굴을 떠올리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들과의 추억에 미소가 번진다. 심지어 미웠던 사람이 떠올라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살아있었기에 그런 감정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더 살 수만 있다면 나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리. 모든 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니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구나.
아니다. 일주일이라 다행이다.
만약 의사 선생님이 나흘뿐이라 말했다면. 아니 하루뿐이라고 말했다면. 어후. 천만다행이다. 나에겐 일주일이 있다. 감사하다.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고 싶다. 아주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싶다. 따뜻한 햇살을 맞고 싶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싶다. 파아란 하늘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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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일주일 이상의 삶이 보장되어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때의 마음을 적어보고 싶어져 적어 봅니다.
진짜 살 날이 일주일 남은 건 아니에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수도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