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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모양처 Dec 30. 2024

선생님이 되어보니 깨달은 것들

천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내가 선생의 역할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나눠보려 한다.


24살, 대학교 2학년.

처음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연기 전공이었기 때문에 중, 고등학생 역할극 선생님을 하게 되었다.


'내가 과연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었다.

존경스러우면서 질투도 났다. 그분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 같았다.

나는 선생님들처럼 대단하지도, 똑똑하지 못했다.


특히 수업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구나'

'나는 설명을 잘 못하는구나'


나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공부로 1등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수업 때 배운 걸 정작 가르치려고 하는 순간, 입이 안 떨어졌다.

들어봤기에 안다고 착각했을 뿐,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했다.

제대로 안다는 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직접 몸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모르는 걸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아는 척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나를 가르쳐 준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이 있었을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잘 가르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인정해야만 했다.

내가 모른다는 것.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때부터 공부를 하는 방식이 180도 뒤바뀌었다.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이걸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에서, '상대방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나를 위한 공부에서, 남을 위한 공부로 바뀌었다.

수동적인 공부에서 능동적인 공부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역할을 하면서 나는 축복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게'


학생은 모르기 때문에 온다.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온다. 혼자서도 잘한다면 선생을 찾을 필요가 없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다.

못해도 봤고, 전보다 나아지기도 해봤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떤 마음일지 공감이 많이 된다.

어떻게 하면 못하는 사람이 잘하게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방법을 같이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천재였다면 다그쳤을 것 같다.

'왜 이걸 못하지?', '왜 이해를 못 하지?'

이랬다면 학생들을 답답하게만 생각했을 거다.

나도, 학생도 실력이 늘지 않았을 거다.

(못했던 나를 포기하지 않아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천재가 아니었고, 못해봤기에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

그걸 증명시키기 위해서, 나는 수업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최선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사실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나 자신이었다.

누군가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지식을 습득할 때 집중력은 극대화된다.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줄 때, 입으로 뱉으면서 내 것으로 소화가 된다.

학생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변화하는 모습은, 내가 더 나은 선생이 되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



앞에도 말했듯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선생의 역할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 때도 줄 때도 있었다.

그 과정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만들도록 해주었다.

지금은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마음을 나눌 때 변화가 더 빠르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내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더 나아지는 선생님이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모르는 것과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안다. 그것들을 채우려 노력한다.

나를 믿고 와주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도록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더 멋지게 변화하고 행복해할 때 나는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선생의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



이 글을 마치면서

나를 스쳐갔던 많은 제자분들.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 올라왔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우려고 하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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