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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모양처 Jan 05. 2025

78세 할머니 영어 수업하면서 깨달은 것들

배움의 정해진 나이가 있는가?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드는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영어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78세 집주인 할머니다. 

난 영어가 주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주춤했다.

"부담 갖지 말고, 읽는 것만 옆에서 도와주면 돼요"

영어를 잘하기 위함이 목적이 아닌, 치매 예방이 목적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주 1회 영어 개인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다. 



할머니와 레슨을 하면서 깨달은 2가지가 있다.



1. 배움에 나이는 정말 없구나

78세. 수업을 하면서 영어 실력이 늘고, 

행복해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할머니는 읽는 속도가 느리다. 30분에 1장을 읽을까 말까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는다.

어떡해서든 읽어 내려고 한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발음도 조금씩 정확해진다.


'진짜 배움에 나이와 한계는 없구나'라는 걸 할머니를 보면서 확신했다.



'몇 살부터는 배울 수 없습니다'

세상엔 누가 정해놓은 배움의 기준이 없다. 

다만 내가 스스로 제한할 뿐이다. 

'난 나이가 들어서 못해' 

'머리가 안 굴러가'

78세 할머니도 하고 있다.


나이가 배움을 가로막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가로막을 뿐이다. 

내가 막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핑계 대지 말고, 그냥 하자. 



2. 속도가 중요하지 않구나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으시다. 여러 번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허나 배울 땐 초롱초롱하시다.

젊은 남자도 읽기 힘든 작은 글씨를 어떻게든 읽으려고 한다.

방금 전 읽은 단어도 까먹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내가 적어드린 단어를 직접 손으로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러다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점점 실력이 는다. 

물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

그게 중요하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게.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빨리 배우고 말한다고, 그게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나?'



할머니는 영어로 회화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그게 전부일까?

영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하신다.


할머니가 말했다.

"몇 년이 걸려도 괜찮아. 내가 지금처럼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잘하지 않겠어?"


그 말을 듣고 '띵' 한 대 맞았다.

부끄러웠다. 


나는 빠르게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빠르게 얻을수록 그게 소중한 지 모른다.

얻은 거는 까먹는다. 또 다른 걸 얻기 위해 쫓기 바쁘다.

목적지에 결국 가는 게 중요하지 도달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행여나 목적지 가는 길 자체가 즐겁다면,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다.

왜? 가는 내내 즐거웠으니까. 


'목적지에 빠르게 가는 것보다

때론 목적지를 가는 길을 즐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집주인 할머니를 위한 수업이었지만

수업을 하면서 나 또한 배우는 게 많다.

나이를 떠나서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은 너무 멋있다.

그런 사람들과 나는 함께 하고 싶다. 



할머니가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Thank you grandma!

I belive you will become good at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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