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생이라니.
망한 것 같지만 어쩌면 두 번째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릴 적에는 30대가 되면 뭐라도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이룬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들어 미래보다는 과거를 자주 떠올리고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있을 때,
인간의 자연적 수명이 38년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물학적 기능이 쇠퇴하고
결국 정지해버리고 마는 게 대략 그쯤이라는 것이다.
서른여덟이 지나면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약 82세라고 한다.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도 온다고 하는 요즘,
생활양식과 의학의 도움으로 잘 관리하면
우리는 적어도 인생을 두 번 혹은 세 번도 살게 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돌던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
그랬다.
확실히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방황하고 있는 지금,
첫 번째 생은 망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 번째 생이라니.
갑자기 덤을 얻은 것 같아 이득을 본 기분이다.
물론 두 번째 생은 노화라는 핸디캡이 있긴 하지만,
첫 번째 삶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좀 더 유연하고 현명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덤이라는 게 원래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거저 얻어지는 거라 아쉬운 것도 없다.
대단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주변의 기대치도 낮아져 애써 무리할 필요도 없다.
나로 살기에 딱 좋은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비교하지 않으며
풍족하지는 않아도 나 한 사람을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여유도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무모함에서 벗어나 선택의 폭을 줄일 수도 있다.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삶의 규모를 작게 만들어 가고 있다.
작아진 삶의 규모만큼 내면의 즐거움을 채우기엔 충분한 시간의 여백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이 아니라면,
건강하게 버텨서
77세부터 다시 세 번째 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갑자기 삶에 생동감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