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참회의 편지
오랜만에 편지 받으니 기분이 어땠어? 과연 당신이 어떤 반응일까 나도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는데 혹여 내 입장에서만 쓴 편지에 기분이 상한 건 아닌지 갑작스러운 나의 태도 변화에 당신이 부담스러운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더라.
당신에게 참회의 편지를 쓰겠다고 공언을 하고 내가 당신에게 가장 잘못한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 봤어.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동안 원망하고 미워해서 미안하다는 것이었어.
부부관계가 누구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 틀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마치 당신의 잘못으로 내가 피해자인양 원망하고 미워해서 미안해. 나는 당신에게 잘하지 못하면서 당신에게 받기만을 바라고 항상 기대했던 것 같아. 당신도 모르는 나의 기대에 못 미치기라도 하면 실망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나의 차가운 눈빛이나 말투에서 당신도 가끔 느꼈을 거야 내가 당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당신도 똑같이 상처받았겠지. 미안해.
아마도 나는 결혼에 대해 너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평생을 서로 미워하며 싸우는 부모님을 봐와서 그런지 결혼 그리고 부부라면 이래야지 하는 나만의 기준이 너무 높았어. 그리고 돌아보니 나의 행복을 너무 당신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것 같아 부끄러워. 나와 결혼했으니 당신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마다, 공허감이 느껴질 때마다 나 자신이 아닌 당신을 탓하면서 당신을 원망하고 미워했던 것 같아.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는 말처럼 바보 같게도 나는 스스로 지옥을 만들고 거기에 갇혀 살고 있었어. 그나마 다행인 건 당신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나는 그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책도 읽고 마음 수행을 하면서 조금씩 깨닫고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거야. 그 일환으로 이렇게 당신에게 참회의 편지도 쓰게 되었지. 일단 나의 행복을 당신에게 기대는 마음부터 접어보려고 해. 당신도 모르는 나만의 기대와 기준을 낮추고, 나의 프레임으로 당신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고 오해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려고. 사실 나는 부부관계를 제외한 현재 나의 삶과 상황에 만족하고 행복해. 다만 당신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우리가 좀 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기 위해 우리 열심히 살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나의 이 작은 외침이 당신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