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블로그 이웃 천명 안돼도 한 달 살기 선정되는 법
하반기 휴직과 한 달 살기를 결심하고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한 달 살기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보통 여행시작시기 2~3주 전에 모집공고가 올라오기 때문에 수시로 한 달살러앱과 마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여행정보를 확인했다.
대학 수시모집 자기소개서, 취업준비 자기소개서 이후로 참 오랜만에 다시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작성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까 그 시절의 기억을 끌어모아 열심히 쓰고 또 고쳤다. 글을 쓴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괴롭고 스트레스 일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잠시나마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은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략의 중요성.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서를 낼 텐데 그중 어떻게 하면 나의 지원서가 담당자 눈에 띌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자체에서 여행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자체 여행의 홍보목적이 크므로 인플루언서나 블로그 이웃 인스타 팔로워가 많은 사람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그동안은 추억저장용으로 블로그와 인스타를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웃수와 팔로워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되기 위해 여행에 나만의 색깔을 입히려고 노력했다. 나의 경우 아이와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아이와의 다양한 체험을 위주로 여행스케줄을 짰다.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들을 찾아보고 여행계획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의령 특산품 망개떡 만들기 체험, 신안 특산품인 염전체험 등등 관광지도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만한 곳들로 선정하고, 키즈프랜들리한 숙소와 음식점, 카페들로 여행계획을 채워나갔다.
다들 여행을 위해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나 여행지원금프로그램에 지원할 텐데 틀에 박힌 듯이 똑같은 여행이 아닌 나만의 여행에 대해 고민해 보고 지원서를 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아이와의 여행이 주제였지만 캠핑, 자전거여행, 혹은 반려견과의 여행, 걷기 여행, 풍경여행, 카페여행, 맛집투어등 먼저 나만의 여행콘셉트를 잡고 지원서를 쓰는 것이 좋다.
보통 지원서는 간단한 인적사항, 지원동기, 여행계획, 홍보계획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지원동기는 여행을 하기 위한 것으로 동일하지만 이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지자체 홈페이지를 보면 각 지자체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자도시 의령, 거창한 거창, 맛의 도시 목포등 나는 여행계획을 세울 때 이러한 지자체가 추구하는 홍보이미지를 적극 고려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원동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했다. 또한 지원동기 부분에서 나 자신에 대해 어필하는 내용을 적었다. 다른 사람과 달리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고민해서 여행가이드로 일했던 경험을 부각해 지원동기를 작성했다.
여행계획과 홍보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두리뭉실하게만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여행기간 동안의 일정을 관광, 체험, 맛집, 숙박으로 나누어 깔끔하게 표로 정리했다. 그리고 여행기간 동안 그 지역에서 있을 행사와 축제를 찾아 빠짐없이 일정에 넣었다. 한 달 살기 모집 심사기준을 보면 그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보여주기에 상세한 여행계획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홍보계획도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가 아닌 언제부터 어떤 매체를 사용해서 몇 회 정도 홍보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여행계획만이 아닌 홍보에도 콘셉트를 잡으면 좋다. 의령한달살기를 지원하면서 의령숙박에 대해 찾아보니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여행계획과 홍보의 콘셉트로 잡은 것이 휴양림, 카라반, 고택, 체험마을숙박, 펜션등 다양한 숙박시설 체험 및 홍보였다.
아무래도 지자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홍보효과와 영향력일 테니 최대한 이웃수와 팔로워수를 늘리고자 노력했다. 포스팅 방향을 아이 사진 위주에서 여행정보와 지역정보 제공으로 바꾸었고, 지원서를 제출한 후에는 그 지역에 대한 포스팅을 남겨 그 지역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나는 블로그 이웃수, 인스타 팔로우가 천명이 되지 않지만 거창, 의령, 함안, 목포 한 달 살기에 선정되었고 공짜로 고창, 부안 팸투어를 다녀왔다.
여행지원금 받아서 공짜로 여행하는 것은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인플루언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나 역시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팔로워 1000명도 안 되는 나도 했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공짜로 여행하고 여행하며 돈 버는 그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