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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Jan 05. 2024

Diary.23 - 고밀도 도시, 홍콩

30% 고밀도 개발 + 70% 비개발

밀도 높은 도시,

홍콩에 사는 사람들


2015년 겨울, 외노자 신분으로 밀도가 높기로 소문난 홍콩에 도착한 날. 미리 잡아놓은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난 구글 지도를 켰다. 나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구글이는 건물들 사이로 헤매고 있었다. 구글이가 나의 위치를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높은 건물들 사이의 넓은 길로 나와야 했던 난,

기존에 살던 서울 혹은 싱가포르와는 다른 도시 환경을 순간 깨닫게 되었다.


*물론 현재는 구글이의 기술력이 좋아져, 나의 위치를 잘 잡는다.  


낯선 도시가 주는 생소함은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50-100층 건물들 사이에 놓인 나는, 나의 눈높이로는 도저히 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길과 건물에 익숙해져야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길과 건물에 익숙하지 않다면, 나의 위치 또한 명확하지 않다. 홍콩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고밀도 도시에 어떻게 살아갈까?


그래서, 얼마나 고밀도길래?
또, 왜 그렇게 답답한 걸까?


고밀도라고 말하지만, 얼마나 고밀도길래 그럴까? 우선, 홍콩의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의 밀도는 서울 강남의 '2'배에 달한다. 아래의 도표를 보면, 홍콩은 San Francisco의 Chinatown, Madrid의 Central town, Beijing의 구도심과 비슷한 밀도를 가지고 있다.

<Population Density, Myth and Reality on 16 Jan 2015>

다른 도시들과 비교를 해보면 그 차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데, 아래 도표에서 보이듯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좁은 지역에 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프의 형상을 보면 Mumbai와 비슷하나 퍼져있는 영역은 더욱 좁음을 확인할 수 있다.

<Population density across 9 cities>

홍콩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은 다른 고밀도 도시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더 많은 인구가 산다고 꼭 답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Topologie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남이 격자형으로 평평하게 잘 정비된 도시 구조라면, 홍콩은 강북처럼 산을 깎아 만든 골짜기 구조라 할 수 있다. 골짜기 구조이다 보니, 높은 지형에 위치한 건물은 더욱 높아 보이고 길은 골목길의 구조를 지니게 된다. 아래, 건축가 Zaha Hadid의 그림을 통해, 산세가 혐한 홍콩의 모습을 추론해 볼 수 있으며 더 답답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The Peak, Hong Kong (1992-3), all drawings by Zaha Hadid>


*관련내용1: Population Density, Myth and Reality

https://www.savills.com.hk/research_articles/167189/189978-1 ​


*관련내용2: Population density across 9 cities

https://www.vox.com/2015/1/2/7480993/population-density-visualized ​


*관련내용3: The Peak, Hong Kong (1992-3), all drawings by Zaha Hadid

https://www.archipanic.com/zaha-hadid-in-venice/hkg-zaha-hadid-001/ ​


고밀도인 이유가 있을까?


홍콩 도시개발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대지의 30% 이상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즉 나라의 70%는 개발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도시의 팽창을 제한하고 후대를 생각하는 기특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도시는 계속 위로 팽창하고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 땅을 넓혀 왔다. 30%는 유지하되 도시는 계속 확장되어 왔다. 특히 인공 땅을 넗혀도 70%는 자연으로 지정해야 하니 웬만큼 넗혀서는 사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공항 주변으로 땅을 계속 넓혀 나가고 있으니, 30% 지정은 아이러니한 부분을 갖고 있다


30% 고밀도, 좋은 점은 무엇일까?


편리함. 이보다 더욱 압축적으로 표현할 단어는 없는 듯하다. 지역 간 이동이 편리한 대중교통, 생활용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편의시설, 집중되어 있는 상가와 쇼핑몰. 모두 모여있다 보니, 주중에는 빠르게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식사를 할 수 있고, 주말에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작가와 같은 직장인에게는 편리함이란 어느 것보다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고밀도를 강조하다 보니, 집의 크기는 세상 작다. 방 1-2개가 일반적이고, 2-30평은 궁전이라 표현하는 것이 홍콩에서는 맞다. 답답함은 70%의 개발이 안된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70% 비개발, 좋은 점은 무엇일까?


70%의 비개발 지역이 가진 장점은 도시인들에게 휴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산과 바다에서 홍콩사람들은 휴식을 취한다. 산에서 즐기는 하이킹과 캠핑이 발달하고, 바다에서는 요트 트립과 해양스포츠가 발달한다. 이 글을 쓰면서, 고밀도 도시가 가진 저밀도 공간의 매력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30%의 홍콩에 관심을 두지만, 정작 70%의 홍콩에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몇 장 공유하면서, 앞으로 많은 분들이 70%의 홍콩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또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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