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
학교 종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을 들으면
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내 모습이 보인다.
친구들이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빽빽하게 드리운 안개에 나는 익사할 것만 같았다.
두렵고 피로한 가운데 종이 쨍하고 울렸다.
그러나 안개구름은 순식간에 그 틈을 메웠다.
그 축축함과 종소리는 서로 강하게 얽혀버렸다.
나는 내내 우울했다. 우울은 나의 기질과 환경 모두로부터 기인한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여리고 예민한 편이었다. 그러나 주변 환경들까지 가세하며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심장이 쾅하고 내려앉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인지한 순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이 있었다. 분명 남들보다 착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상처 입은 자아와 망가진 몸만이 덩그러니 남겨져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나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상태이다. 감사하게도 주변 환경이 안정되니 회복되지 않을 것만 같던 몸도 서서히 힘을 되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인체의 놀라운 자연치유력에 종종 감탄하게 된다. 예전의 내 몸은 학업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요즘도 마음속의 파도가 아찔할 때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이 정도 물살 위에서는 느리지만 나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이런 상태가 점점 더 호전되기를 바라면서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돌아보면 세상의 외압은 연약한 유리구슬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깨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유리구슬은 세상 안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지나온 세상을 품게 되었다. 이제 유리구슬 안의 기상 상태는 구슬 밖으로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며 그저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구슬 안에서 번개가 치든 우박이 내리든 그것은 구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일 뿐이기에. 그래서 요즘은 아름다운 눈발이 흩날리는 것을 보기 위해 구슬을 살짝 흔들어주고는 한다. 다가오는 세상 역시 구슬이 품어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