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능력에 관하여
오늘도 말과 행동, 글, 표정으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사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난 당신을 이해해'와 같은 말은 정서적 위로를 제공할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그러한 불가능함을 알고 있어도 계속 노력합니다.
그 많은 말과 표현들은 마치 보이저 1호처럼 어디에, 어떻게 전달될지 모른 채 '나'로부터 멀어져만 갑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듣고 스스로 많이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굉장히 다양한 능력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상대를 설득시키는 능력,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 경청하는 능력,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반영하는 능력, 그림이나 프로토타입으로 표현하는 능력, 표정, 목소리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그 종류는 다양합니다.
이 많은 능력 중에서 최근 중요성을 느끼는 것은 경청하는 능력과 역지사지하는 태도입니다. 아무리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나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그것들을 방어하려고 하여도, 기본적으로 듣지 않으면 분명 서로 고독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듣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왜 같은 상황에서 그런 의견, 판단이 나왔는지 여러 각도에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 산들바람처럼 툭툭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
- 확실한 아젠다 선정으로 질문과 답변에 체계적인 흐름을 만드는 것
- 민주적인 절차와 넘치는 호기심으로 계속 "왜?"라고 물어보는 것
-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한 후에 말하고 그것을 디벨롭하는 것
모두 훌륭하고 필요한 방식입니다. 문제는 'When'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불안정한 수익모델입니다. 실제로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 통하는지 모르는 그러한 가설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히 현금흐름에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투자 상황과 재무현황에 맞춰 뛰어야 하는지, 걸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자질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회의, 구두 의사소통과 달리, 때로는 영화 The Shape of Water의 한 장면처럼 몸짓, 음악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 이상의 역할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그의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비언어적 요소의 힘에 대해 언급한 적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러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개성 넘치는 퍼스낼리티를 가진 아일레이 싱글몰트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라프로익, 라가불린, 아드벡 그들은 스스로를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향과 맛을 느끼는 순간 우린 이미 그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알더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불가능함에 손을 뻗어보는 사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말을 경청할 때, 그는 정말로 나에게 와 꽃이 됩니다.
참고자료
The Shape of Water(2017) - Guillermo del Toro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 무라카미 하루키, 이윤정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