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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원 Aug 28. 2023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자리가 영어를 만든다!

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영어


사진: UnsplashDamir Kopezhanov


정말 근사한 사무실이죠? 저도 저런 곳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은 글이라도 서너 편은 너끈히 더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오랜 노력을 ‘자리’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많이 쓰는 말입니다. 좋은 뜻으로도 쓰고, 나쁜 뜻으로도 씁니다.


평소에는 실력도 형편 없고 대인관계에도 서툴던 사람이 어느 직위에 앉자 180도 바뀌어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조직을 이끌어 가기도 하지요.


사진: UnsplashMarkus Spiske


자리는 중요하다. 영어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리에 연연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자리가 주는 지위, 경제적 풍요, 명성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영어 문법에서도 자리는 중요합니다. 자리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뱀이 철수를 물었다.

철수를 뱀이 물었다.


이 두 문장은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The snake bites John. 뱀이 존을 물었다.

John bites the snake. 존이 뱀을 물었다.


사진: UnsplashSamia Liamani


자리가 바뀌면서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는 예입니다. 뱀이 사람을 물기도 하고, 사람이 뱀을 물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굴절어인 영어의 명사에서 격이 대거 사라지며 발생했습니다.


영어의 방계 조상 쯤 되는 라틴어의 명사에는 여러가지 격이 있습니다.


라틴어의 격, 한국어의 조사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라틴어에는 ‘격’이 있습니다. 주격, 속격, 여격, 대격, 탈격 등 여섯 개나 되는데, 쉽게 말하면 한국어의 격조사가 붙듯, 명사의 어미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라틴어는 어순이 자유롭습니다.


영단어 friend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라틴어에서 '친구'는 "amicus"라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이 단어는 남성 명사이며, 여성형은 "amica"입니다. 여기에 'amicus'라는 단어를 사용한 라틴어 명사 격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주격 (Nominative): Amicus rīdet. — "The friend laughs." 친구가 웃는다.

   - 주어가 되는 격입니다.


2. 소유격 (Genitive): Librum amīcī — "The friend's book" 친구의 책

   - 소유나 귀속을 나타냅니다.


3. 여격 (Dative): Amīcō librum dō. — "I give the book to the friend." 나는 친구에게 책을 주었다.

   - 간접 목적어나 수혜자를 나타냅니다.


4. 대격 (Accusative): Amīcum videō. — "I see the friend." 나는 친구를 보았다.

   - 직접 목적어를 나타냅니다.


5. 탈격 (Ablative): Cum amīcō ambulō. — "I walk with the friend." 나는 친구와 함께 걷는다.

   - 수단, 원인, 방법 등을 나타냅니다.


6. 호격 (Vocative): Amīce, venī! — "Friend, come!" 친구야, 이리 와!

   - 호명할 때 사용되는 격입니다.


모양이 저렇게 다 다르다 보니 문장 안에서 순서가 좀 바뀌더라도 이 명사는 어떤 격을 지녔겠구나 하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어순이 자유로운 이유는 바로 저렇게 변화무쌍한 어미 덕분(?)입니다. 


어떤가요? 아무래도 어미를 암기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자, 이제 협상을 시작해 볼까?

사진: UnsplashCytonn Photography


Amicus, amīcī, Amīcō, Amīcum, amīcō, Amīce 등 명사의 격 변화에 따른 어미의 암기라는 힘든 일을 피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등의 자리를 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더 쉬운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어 화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영어 시험에는, 심지어 토플이나 GRE처럼 학문적 목적을 가진 시험에도 문법 문제에는 반드시 특정 빈칸에 어떠한 문장성분이 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출제됩니다.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The snake bites John. 뱀이 존을 물었다.

John bites the snake. 존이 뱀을 물었다.


존이 뱀을 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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