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의 육아 분노 일지
Ep.13 분노의 시작
경선이는 문득 이 모든 분노의 시작이 궁금해졌다. 그저 출산으로 일한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을 즈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분노는 새로운 그것이 아니었다. 익숙한 분노, 묵혀둔 분노 그것이었다.
경선이는 하교 후, 문을 열기 전 항상 엄마가 집에서 그녀를 따듯하게 맞기를 바랐다. 하지만 대부분 경선이는 혼자였고, 오늘도 외출한 엄마가 야속했다. 학교 한번 오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했고, 비 오는 날 우산 한번 들고 오지 않는 엄마에게 분노했다. 교문 뒤, 우산을 들고 있는 엄마들 사이로 경선이는 얼마나 엄마를 찾았을까. 단 한 번의 예외 없는 엄마의 부재에 경선이의 마음에는 그때부터 분노가 자랐는지도 모른다.
아기를 낳고, 그 분노의 정체는 보다 선명해졌고, 경선이가 딸을 키우고 바라 볼 수록 그녀의 엄마의 모성애에 대해 의구심이 더해갔고 혼란스러움이 그녀의 맘을 흐트러 놓았다. 딸의 출산 후에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인 엄마, 함께 외출을 해도 변함없는 엄마! 경선이가 바란 딸을 위한 절절함, 안쓰럼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네가 다 알아서 잘하니까” 이 이야기를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온 경선이다.
육아를 거듭할수록,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더욱 뚜렷해졌고, 그녀와 엄마의 관계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수록, 그녀는 분노가 차 올랐다. 그럴 순 없었다! 경선이는 그녀의 딸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감정적 방치를 당한 경선이는, 그 존재를 부정해 왔지만, 저 밑바닥에 마르지 않고 고여있었다.
그 고인 물은 점점 차오르고, 이제 경선이는 숨이 차다. 이 분노가 그녀의 딸에게 전이될까 겁이 난다. 분명 퍼내야 함을 알지만, 항아리 수준의 분노가 아니었다. 너무도 오랜 세월 차온 분노는 댐이 되어버렸다. 경선이는 한편으로 이 댐이 한 번에 터질까 겁이 난다. 오늘 밤도 경선이는 조금씩 두드려본다. 조금씩만 새어 나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