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는 오늘 밤도 화가 난다

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by Anne s Library

Ep.12 분노의 비행

경선이는 여행을 사랑하지만, 비행을 두려워한다. 이 두 가지 이해가 항상 충돌하지만,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그녀이다. 이런 그녀에게 아기와 함께하는 비행이란 그야말로 비장하고 몇 주 전부터 마인드셋이 필요한 일이었다. 짐의 양은 몇 배로 늘어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물건들로 가득 찼다. 가방만큼이나 그녀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이번 비행은 이 모든 걸 감수할 만큼의 소중한 여행이었다. 사촌들 중 마지막 막둥이의 결혼식이었고, 제일 친한 친구가 살고 있는 그곳으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아기와 함께하는 공항은 늘 살얼음 판이었고, 미리 신청해 둔 베시넷은 살짝 나온 발로 인해 가차 없이 제거되었다. 운 좋게 옆좌석이 비어있어 아기를 앉히며 가는 것은 수월했으나, 잠든 아기의 다리를 경선이의 다리에 올리는 일은 큰 돌덩이를 다리 위에 계속 지고 가는 기분이었다. 누워서 자는 아기가 행여 떨어질까 보초의 연속이었고, 비행에서 제공되는 식사마저 포기해야 했다. 좁디좁은 트레이에 식판을 올리고 아기를 동시에 보는 일은 불가능했으며, 아기를 먹이는 일만 선택한 경선이었다. 준비해 간 온갖 장난감은 무용지물이었으며, 오로지 영상만이 그녀를 구해주었다. 그저 보채지 않고 무사히 갈수만 있었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대로 아기는 순항 중이었고, 경선이만 난항을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자신이 비행공포 따위는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좋아해야 할지 말지 혼란스러웠으나, 다시 한번 육아의 거대한 힘을 느꼈다. 평생 달고 다닌 두려움조차 육아 앞에선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시차 따위도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아기의 상태와 상황이 그녀의 시차였으며, 지구의 자전 따위 역시 육아를 이기지 못했다. 경선이의 그야말로 갈아 넣은 인내와 노력에 장시간 비행은 성공적이었고 아기의 웃음에 그녀는 안도했다. 경선이는 두려움을 가져가준 아기에게 고마웠다. 그 어떤 명상과 마인드컨트롤도 해결하지 못한 그 일을 그녀의 아기가 해내었다.

분명 분노의 비행이었지만, 두려움을 이긴 비행이었기에 그녀는 다음 여행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