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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평살이 Apr 29. 2021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1953)를 보면서

꿈은 환영의 노래이자 현실의 부름이다.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미조구치 겐지는 일본의 4대 감독중에 한명으로 일본 영화계를 세계무대로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롱테이크를 사용하여 인물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였고, 장 뤽 고다르와 같은 거장들이 그의 연출에 경도 될 정도로 세계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요. 또한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는 그의 작품중에 국제상을 안겨 줬던 만큼 오리엔탈리즘적인 유현미와 환상미를 절묘하게 나타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게츠란 뜻은 비오는 날의 달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스산한 이미지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한 장면에서 제목을 반영하 듯 굉장한 연출을 선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겐주로가 미망인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펼쳐지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은 음영을 절묘하게 조절함으로써 현실과 환상속에 흔들리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게츠 이야기는?


전국시대의 전란으로부터 소시민들의 일상을 비추는 이 영화는 혼란스러운 정세 가운데 생존을 위해서 생업에 종사하는 두 그룹의 가정을 비춥니다. 두 가정의 남자인 겐주로와 토베이는 '가난한 삶'속에 벗어나고 싶은 갈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꿈을 이룰 수 있는 나가하마라는 '도시'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지요. 남성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성들은 그런 남자들의 심정과는 관계 없이 가족애를 강조하는 인물들이지요. 이 점은 영화를 장악하고 있는 테마의 주 된 마중물입니다. 서로의 욕망이 다를 때 나타나는 가족갈등의 원인은 사실 많은 이야기의 전형적인 내러티브이기도 하지요. 겐주로는 농부이기도 하지만, 주 된 소득으로 도자기를 판매하는 도자기 장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도자기를 만들때는 예민해져서 아내에게 핀잔을 주기도 하지요. 또 한명의 남자인 토베이는 사무라이를 동경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무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소시민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무라이가 될 재목처럼 보이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라이의 무리에 찾아가 창과 갑옷이 있어야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무라이가 될 수 있는 돈을 모을 계획을 세워나가지요. 그러던 중에 군대가 마을을 습격합니다. 도자기가 화로안에서 완성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에 겐주로는 약탈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자기를 찾아 가려고 시도합니다. 이 모습은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리 잠자가 벌레가 되고 나서도 출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처럼 묘사가 되지요. 약탈이 끝난 후 마을을 조심스레 찾아가서 잘 완성 된 도자기를 들고, 호수를 건너 동경의 도시였던 나가하마에서 도자기를 판매하게 됩니다. 그 전에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려다 해적을 만나 죽어가는 남자의 불길한 낌새에 겐주로의 아내와 그의 아들을 마을에 둔채 3명이 가게 되지요. 도자기를 판매하는 도중에 만난 부자집 미방인을 만나 겐주로는 사랑에 빠져 버리고, 더 이상 그의 아내와 아들은 안중에도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토베이는 도자기를 팔아 번 돈을 창과 갑옷을 사서 사무라이가 됩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적장의 목을 베어 공을 인정 받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아내가 어디로 간지도 모른채 사무라이의 명예에 흠뻑 젖어 있을 무렵에 어느 한 술집에서 겁탈을 당해 창녀를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아내는 자신을 버린 남편을 향해 악담을 퍼붓고 자살시도까지 시도합니다. 그제서야 토베이는 성공을 이루어 가정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보다 아내와 함께 화목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겐주로가 한참 미망인과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어떤 한 남자로부터 그녀가 살아 있지 않는 혼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상기 시켜주지요. "자네의 부인과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가" 라는 말을 듣고 정신을 번쩍 차립니다. 미망인을 찾아간 겐주로는 자신의 결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떠나려고 합니다. 미망인은 혼령이 맞았고, 자신을 붙잡으려는 그녀에게 칼을 휘두르면서 집 밖을 나가다 넘어져 기절을 하게 됩니다. 일어나보니 자신을 둘러 싼 한 무리가 그가 미망인의 집에 놓여 있었던 칼을 보면서 절도행위를 했다며 칼을 다시 가져가고, 겐주로는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를 만나 기쁨의 재회를 나눕니다. 그러나 사실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던 중에 패잔병을 만나 돈과 목숨을 잃었고, 아이는 마을의 어르신이 찾아 돌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귀신이 되서라도 남편과 아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나 봅니다. 그 소식을 들은 겐주로는 그녀의 무덤앞에서 미안한 듯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영화는 두 가정이 다시금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꿈은 환영의 노래이다.

결론적으로 우게츠 이야기는 "꿈"을 부정하는 이야기이자, 행복과 여성이란 주제에 대한 미묘한 지점들이 섞여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나가하마로 가는 호수를 장악할 때, 그 도시를 향해 보이지도 않는 호수를 인력 하나만 믿고 저어갑니다. 그러던 중에 죽어가는 낭인을 만나 불길함을 체감하면서도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은 인간의 꿈을 향한 집착은 죽음 마저도 초월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꿈이라는 사실을 "도시"에 도달하여 깨닫게 되는 과정들은 행복이란 물음으로 다시금 회귀하는 여정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지요. 이 영화는 남자의 주체성을 드러내면서도 반면에 여자의 사유방식에 대한 손을 들어줌으로써 미조구치 겐지가 최초의 대중적인 페미니스트 감독이라는 것에 대한 측면을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감독에게 있어서 사랑의 언어란건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마지막 겐주로가 무덤앞에서 흐느낄 때 바로 옆에서 들려지는 귀신이 된 아내의 음성은 비본래적인 실존로부터 본래적인 실존을 찾아가는 인간의 절규가 가슴속에 메아리 치는 것만 같습니다. 꿈의 환영이 다시 드러나기 전에 마주쳐야 할 행복의 얼굴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네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 난 당신 곁에 있어요.
당신의 환상은 이제 끝났어요.
당신은 본래의 모습을 되 찾았어요.
다시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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