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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E Jan 24. 2022

굉음의 흔적

식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새해가 밝았다. 또 새해가 밝았다. 괴로웠다. 도통 행복해지질 않는다. 언제쯤 되어야 나는 고통에 무던해질까. 남의 경사에는 행복을 빌어주지만 정작 나의 경사에 도무지 즐겁지가 않다. 복을 많이 받으라는 말을 매년 들었는데. 많이 받은 게 이거라면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언젠가 새벽안개 사이를 가르는 차바퀴가 터졌을 때. 나는 굉음을 들으며 잠시 아득해졌다. 고통은 굉음 같은 거라고 생각했고, 그 굉음 속에서 잠시 구원받은 것 같기도 하다.

 여기는 사고가 잦다는 표지판을 보고 나는, 아무렴 사고는 예상할 수 없어서 사고인 거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구원이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라고도 생각했다. 이해할 수 있을까.

 속도 제한 90. 알면서도 액셀을 밟는 발을 뗄 수 없었던 건 인생은 꽤 자주 규칙을 어기고 만다는 불문율 때문이겠지.


 나는 자주 인생의 맞춤법을 틀리곤 했고 나는 교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교정할 수 없어,

라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깨닫게 되었다. 길고 길었던 밤조차 내게 합당한 벌이 되진 못했다. 아무리 받아쓰기를 해봤자,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면 의미가 없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항상 나를 옥죄고 기어코 흔적을 남긴다. 마치 어머니의 오래된 결혼반지처럼. 마치 태양으로부터 오는 모든 것들이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빛은 항상 그늘을 만들고 책을 바래게 한다. 어머니의 왼손 약지에는 자국이 있다.


 식은 핫케이크를 먹고 담배를 피웠다. 내 청춘이 지나면 구름의 속도가 느려질까. 조금 느린 음악을 틀고. 약간 느린 춤을 추었다. 너무 많은 상념은 불행을 준다고. 음악을 마저 듣고 커피를 마셨다. 우리 집 화장실에서는 하늘이 보인다. 하늘은 속 없이 맑다.


 나는 다시 카페엘 갔었다. 커피를 시키고 잠을 청했다. 감은 눈을 뜨고 창밖을 쳐다봤다. 진동벨이 울렸지만, 나는 못 듣는 척했다. 일어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카페 종업원은 오지 않을 손님을 덧없이 기다렸다. 커피는 점점 온기를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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