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세 개, 화장실 한 개, 넓은 앞마당 그리고 탁 트인 남향 뷰에 아침마다 들리는 새소리.
세 아이를 키우기에 안성맞춤인 펜션이다. 화장실이 한 개여서 빨리 나오라고 종종 목청을 높이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지붕 위로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이다.
얼마 전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해 준다는 집주인의 전화에 한없이 기뻤다. 하지만 봄부터 시작되는 잡초와의 전쟁을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 돌아서면 잡초가 난다더니 지난 2년간 잡초와 씨름하느라 몸이 지쳐간다.
내 소유가 아니기에 돈을 들여 맨땅에 벽돌이나 잔디를 깔 수도 없다. 소유자와 임차인의 마음이 이리도 다른지 스스로 놀란다. 내가 집주인이라면 더 내 것처럼 꾸밀 텐데 말이다. 맨땅을 그냥 두자니 잡초로 또 뒤덮일 것 같아 고민 끝에 당근마켓에서 차양막을 무료로 얻어왔다. 추운 바람을 헤치며 뒷마당에 초록색 차양막을 깔고 핀을 박았다.
깔다 보니 엊그제 들었던 말씀이 생각났다. 한 므나씩 맡은 열 명의 종이 어떻게 므나를 관리했는지 주인이 보러 왔던 그 말씀이다. 전세 살며 대충 고장 나지 않게 지내고 싶었으나 언젠가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기에 주변 청소도 하고, 삽으로 지저분한 곳도 치웠다. 앞뒤 좌우 잡초가 날만한 맨당에 빙 둘러 차양막을 깔았더니 인조잔디를 설치한 것 같이 보인다. 이제 잡초는 더 이상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
한 므나를 열 므나로 불린 종처럼 이 집을 정성껏 관리해야 된다는 마음에 힘든 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 찬 바람이 불었지만 둘째 딸이 커피와 피자 한 조각을 내밀어 피로가 싹 가셨다. 종이 아니라 주인의 마음으로 이 집에서 살자. 주인이 올 때까지 말이다.
"잘하였다. 착한 종이여 네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하였으니 열 고을 권세를 차지하라"(눅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