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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샘 Mar 05. 2022

트리하우스에 올라가면 보인다(2)

나무 위에 집 짓는 모험

<2부>


아지트 만들 장소가 필요했다. 지난번에 보았던 등산로 옆 웅덩이는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작업하기가 좋지 않았다. 생각보다 트리하우스를 만들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땅을 파고 아지트를 만들려고 했으나 비가 오면 빗물이 고여서 위험했다. 나무 위에 집을 짓는 것은 낭만적으로 보이기는 했으나 작업 환경이 안전하지 않았다. 결국 학교 주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식당 위 언덕에 있는 소나무 숲을 발견했다. 세 개의 소나무를 기둥 삼고 한쪽은 기둥을 세워서 사람 키만큼 높은 곳에 집을 만들면 매력적인 아지트가 생길 것 같았다. 인터넷에 트리하우스를 검색해보니 멋진 집들이 상당히 많았다. 우리도 어설프지만 그럴싸한 설계도를 연필로 쓱쓱 그려봤다. 트리하우스 사진을 보니 벌써 다 지어진 듯 한층 흥분되었다. 모두 눈을 감고 트리하우스 위에서 월든을 읽으며 차 한잔 마실 생각에 잠겼다.   

    

트리하우스 만들 바닥을 정리해야 한다. 바닥에는 잡풀과 돌이 많아 삽질이 필요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모두 땅을 평탄하게 했다. 입고 있던 잠바를 나무 가지에 걸고 노래를 부르며 땅을 팠다. 처음 해보는 삽질 솜씨가 아니었다. 한겸이는 이미 땀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우렁찼다. 10월 말 오후 6시는 쉽게 어두워졌다. 작전본부로 쓰고 있는 우리 집으로 가서 큰 냄비에 라면 물을 끓였다. 1인 1라!  계란 동동! 기숙사 학교여서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라면을 수업 후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렘이다. 냄비에 젓가락 총을 서로 쏘아가며 몇 번 면을 건져 올리자 진정한 독수리 5형제가 된다.

        

학교 종소리가 신나게 울린다. 수업 시작이다.  식당 위 소나무 숲이 우리 교실이다. 매주 수요일 9,10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식당 위에서 나는 뚝딱뚝딱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신기한 듯 한 마디씩 하고 간다.      


“야~~!! 너희들 거기서 뭐하니?”

“네~ 뭐 만들어요.”

“뭔데?”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시작은 했지만 빌더들도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바닥 평단 작업에 일주일이 걸렸다. 이제 트리하우스 만들 재료를 구해야 했다. 기둥으로 쓸 각재와 방부목 그리고 못이나 연장 같은 것이 필요했다. 무작정 시작은 했으나 필요한 도구나 재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일이어서 학교 예산도 지원받을 수 없었다. 빌더들도 학생이기에 돈이 없었다. 난감했다. 그러나 빌더들이 모두 좌절하고 있을 때 지우가 말했다.      


“샘! 트리하우스인데 산에 있는 나무로 짓는 거 아니에요?”

“산에 있는 나무!”

“산에 나무가 이렇게 많은데 쓰면 안 돼요?”

“그래~! 안될 거 없지!”     


새로운 발상이다. 학교 뒷산은 숲이 울창해서 트리하우스 기둥으로 쓰기에 적당한 나무가 많았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잘 몰라서 교감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학교 뒷산의 주인은 학교란다. 교장선생님께 허락을 구해주셔서 우리는 각자 톱과 도끼 그리고 낫을 들고 산으로 갔다. 톰 소여의 모험을 떠나는 톰과 허클처럼 말이다. 모두 신이 났다.      


트리하우스 재료로 쓸 곧은 나무를 찾아 탐험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곧은 나무가 많지는 않았다. 빌더들의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조심해~~!
어서 피해~~!    


저 너머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여기저기 톱질, 도끼질하는 소리에 머리 위로 나무가 쓰러지는 줄도 모르고 작업을 한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쓰러진 나무를 낮으로 정리하고 둘 씩 짝을 지어 어깨에 메고 내려왔다. 물이 잔뜩 오른 나무여서인지 꽤 무거웠지만 누구도 무겁다는 말 대신 함박 웃으만 가득하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11월 초. 서서히 추위가 눈을 뜬다. 그럼에도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주말에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작업을 이어갔다.     


“꽉 잡아! 어....!! 넘어간다.”

“조심해~!”


기둥을 세우다가 기둥이 넘어갔다. 두 사람은 기둥을 잡고 한 사람은 기둥을 받칠 주춧돌을 세웠다. 자기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나무를 세우는데도 기술이 필요했다.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것은 더 고난도 기술이 필요했다. 짜맞춤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기술 부족으로 단순 연결을 했다. 기본 골조가 완성되자 여기저기 환호성이 들린다. 이제 진짜 트리하우스가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며 신기해한다. 빌더들도 교사도 트리하우스를 만드는 기술은 없었기에 유튜브나 인터넷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도 만족할 만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한편 트리하우스가 세워질수록 건축 자재로 사용할 나무는 계속해서 부족했다.


추운 겨울은 코 앞까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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