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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샘 Mar 21. 2022

무인도 탐험: 무인도에서 살아남기(2)

정글의 법칙은 여기에서 시작되다

길을 잃고 헤맬 때 갑자기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소리가 다.


푸드덕!!
타다~닥!!

갑자기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공포에 빠져 걸음을 멈췄다. 일제히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그때 갑자기 풀 숲 나무 뒤에서 무언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멧돼지가 다가오는 것 같아 옴짝달싹 못하고 얼어붙었다. 순간 “타다닥~!”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하늘로 무언가 날아올랐다. 꿩 한 마리였다.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서로 얼굴을 보니 모두 사색이 되었던 표정이다. 다행히 네 명 모두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가까스로 정글을 빠져나왔다.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 살았다!


오랜 시간 끝에 살아 돌아온 것에 깊은 감사를 올렸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맹수에게 공격당하는 줄 알았다며 살아있는 것에 경의를 표했다.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탐험하고 헤맨 시간이 3시간 30분이나 되었다. 우리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잊을 수 없는 탐험이었다. 새로 산 내 바지는 찢어지고 엉망진창이 되어 이미 너덜너덜 해졌다.


방금 전 사투를 벌였던 우리와는 다르게 베이스캠프는 평온했다. 몇 명은 바위 위에 올라 낚시를 하고 몇 명은 바위에 붙은 굴을 따고 있었다. 학교 뒷산에 서식하고 있는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다. 찌도 없이 대나무 한쪽 끝에 낚시 줄과 낚시 추를 매달고 갯지렁이를 끼워 바다로 던졌다. 큰 바위 하나씩 각자 주인인양 차지하고 앉아 서로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머리는 떡져서 사자머리가 되어 휘날리고 밤늦게 먹은 라면에 얼굴은 퉁퉁 부어있고 시커먼 얼굴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무인도 노숙자였다. 어떤 친구는 고기가 안 잡히는지 멀~리 낚싯대를 던져보기도 하고, 또 바위 사이를 깡충깡충 뛰어다니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낚시 바늘에 갯지렁이를 끼우는데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낚시도 지치고 배가 고픈 친구들이 낫을 가지고 바위에 붙어있는 굴을 따 먹기 시작했다. 사진기를 집어 들고 아이들의 초췌하면서도 순수한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친구들이 방금 딴 굴을 초장에 찍어 입에 쏘~옥! 넣어주었다. “와우~~!!! 대~박!” 입안에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금도 그 맛이 또렷하다. 살아있는 굴이다!

한쪽에서는 인교와 주한이가 기타를 연주하며 낭만에 취해있었다.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에 장단 맞춰 기타를 연주한다. 친구들의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는 행복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입가엔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런 모습이 행복한 얼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르륵.......


밥 달라는 신호가 왔다. 점심 메뉴는 삼겹살과 우리가 잡은 생선과 굴이었다. 불을 피기 위해 큰 나무를 구하고 큰 돌을 주워와 세팅했다. 15인분의 밥을 준비하는 당당한, 선한목자, 드넓은은 정신이 없었지만 용케 잘 해냈다. 한쪽에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방금 잡은 우럭을 회 뜨기 시작했다. 한두 명씩 일하다 말고 선생님의 주위를 둘러싼다. 침을 꼴딱 꼴딱 넘기며 회 한 점 얻어먹기 위해 자리를 뜨지 못했다. 신선한 회 맛을 본 아이들은 미칠 듯 환호했다. 그 싱싱함과 깔끔함! 입 안에서 우럭이 헤엄치는 듯 살살 녹아내렸다. 회 맛을 본 아이들은 고기를 더 잡아야겠다며 주먹을 불끈 쥔다.

철판에 삼겹살을 한 점씩 올리자 지글지글 소리가 아이들의 입맛을 돋웠다. 마르지 않은 나무로 인해 모닥불 연기가 눈물을 쏙 빼게 했지만 상관없었다. 숯불에 굽는 고기 맛은 최고였으니까. 고기를 구우며 서로 친구들에게 쌈을 싸서 입속에 하나씩 넣어준다. 아이들에게는 사랑과 우정을 먹고 추억을 쌓는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그때가 더욱 그리워진다.


섬 여기저기에는 육지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가 참 많았다. 그중에서 스티로폼 조각이 많이 있었는데 에너지님은 쓰레기를 주워와 무언가를 만들었다. 작은 배를 만들고 거기에 끈을 매달아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갔다. 가져간 강아지가 주인을 노심초사 쳐다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강아지 이름이 뭐였더라???


토종닭 잡기 대작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어제 육지에서 가져온 토종닭은 이미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너무 멀리 가면 쫓아가서 잡아 왔다.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닭 잡는 것이었다. 열정님이 닭 잡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닭목 밑의 숨통을 눌러야 했다. 그곳을 약 2분간 꾹 누르다가 목을 단번에 확 돌려야 했다. 팀별로 담당자를 정했는데 카리스가 닭 죽이는 미션을 맡았다. 닭의 목을 움켜쥐는 순간 너무 따뜻해서 도저히 비틀 수가 없었다. 생명의 온기가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목을 조이니까 닭은 숨을 쉬지 못해 꿱꿱 대다가 점점 눈이 희미해져 갔다. “아~ 죽었구나! 싶어서 비틀 던 손을 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닭이 살아서 휭~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얼른 뛰어가 닭을 잡아와 다시 목을 비틀었다.


생명은 따뜻하다

생명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비명을 지르며 방금 전 소생한 닭처럼 도망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더 열심히 목을 조이고 비틀 수밖에 없었다. 배는 점점 굶주렸기 때문이다. 닭은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갔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생명이 끊어진 닭을 뜨거운 물에 넣자 목욕하는 듯 앉아서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뜨거운 물에서 꺼낸 닭을 들고 바위에 동그랗게 앉아 털을 뽑았다. 가져간 물을 아끼기 위해 바닷물을 데워 사용하고, 목을 도려내고, 내장을 빼내 씻었다. 평소에 치킨을 먹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직접 생명을 죽여 내 뱃속에 넣으니 기분이 묘했다.


닭백숙과 닭죽 맛은 기가 막혔다. 팀당 한 마리씩 주어진 닭을 통째로 뜯어먹었다. 여기저기 감탄 소리가 이어졌다. “우와! 쩔어!” 맛이 끝내줬다. 토종닭의 맛이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쫄깃쫄깃한 살을 찢어 먹었다. 고기를 다 먹고는 죽을 퍼서 김치와 함께 후루룩 마셨다. 에너지님은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모닥불에 굽기 시작했다. 냄새 맡고 온 아이들은 모닥불에 잘 구워진 호박고구마를 하나씩 들고 김치와 후식을 챙겨 먹었다.


마지막 밤이다.

파도에 깎이고 홀로 외로움을 이겨낸 나뭇가지들을 주워왔다. 모닥불을 지피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웠다. 고요한 수평선에 반사된 달빛과 별빛은 유난히도 빛났다. 출렁이는 파도는 더 생생하게 귓가에 오래도록 남았다. 딱딱한 바위를 베개 삼아 누워 친구들과 추억을 쌓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시절 동안 삶을 나누고 고민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의 이 밤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야식은 컵라면이다. 모닥불에 물을 데워 컵라면에 부었다. 시원한 바다 바람과 따뜻한 모닥불 옆에서 라면을 후후 불면서 먹다가 하늘을 보니 아름다운 별들이 수도 없이 깔려있었다. 면을 다 먹고 국물은 야경과 달빛에 비치는 바다를 보며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우와!! 그때의 라면 국물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무인도에서의 아름다운 하루는 지나갔다. 이번 남자들만의 수다 시간은 그 어떤 수업보다 값지고 소중했다.


눈앞에 나타난 우주선

새벽을 깨우는 엄청난 나팔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굉음이다. 바로 옆에 큰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전쟁이라도 난 줄 알고 텐트 지퍼를 얼른 올리고 나왔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관경에 놀랐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우주선 같은 물체가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지나가던 유조선이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크던지 축구장 만해 보였다. 바로 옆에는 해양경찰 배도 지나가며 뭐라 뭐라 방송을 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 무인도에 못 보던 텐트를 발견하고 조심하라고 한 것 같다. 아무튼 전쟁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너무 놀라 아침을 맞이했다. 믿기지 않게도 아이들은 유조선의 경적 소리에도 곤히 잠을 잤다.


주안 3호

우리가 탈 배의 이름이다. "주안 3호" 점심때 우리를 데리러 오기로 했던 선장님은 무슨 일인지 아침 일찍 왔다. 1시에 아들 결혼식이 있다며 서둘러 온 것이다. 아쉽게도 육지로 복귀할 시간이 당겨졌다. 얼른 정신을 차려 짐을 싸야 했다. 허겁지겁 짐을 정리하고 배에 올랐다. 배에서 육지로 오는 동안 아침 바다 풍경을 감상했다. 하늘엔 갈매기 떼가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오늘이 지나면 몇 달 동안 듣지 못할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이 그리울 것이다. 눈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열정님과 에너지님 그리고 13명의 남자들은 아쉬움을 무인도에 남기고 추억의 보따리는 가득 채워 육지로 돌아왔다. 눈에 보이는 자동차, 공장, 잘 닦인 도로, 그리고 높은 건물들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싫었다. 문명사회가 편리함을 주기는 하지만 하루하루를 생각 없이 바쁘게 흘러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의 결핍과 추위가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기에 떠나기 싫었다. 학교에서 수없이 많은 체험학습을 갔지만 이번만큼 실제적이고 살아있는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고백한다. 고2 남자로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하고 유일한 체험이었단다. 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들만 그 섬에서 지낼 수 있어서 더 특별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무인도 탐험은 내게 삶의 지혜를 몸소 깨닫게 한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세상의 다른 이들은 느끼지 못했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곳, 무인도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무인도 탐험 2박 3일이 내 학창 시절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고2 학생들의 고백이다."



고2 소년들의 꿈이었던 무인도 탐험! 결국 우린 꿈을 이루었다. 다시 한번 가볼 수 있을까?!

야! 너 거기 손가락 잘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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