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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샘 Mar 25. 2022

청소년 경제교육을 장사로 배우다!

창업으로 가는 첫걸음, 경제체험!


‘삼각 김밥은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어요.’

‘태어나서 처음 와플을 만들어 보는데 어떻게 해요.’

‘안 팔리면 어떡하지요??’


'별이간다'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자 큰 환호성이 들렸지만 은근 걱정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7학년(중1) 학생들이 경제와 정의를 살아있는 현장에서 배우는 프로젝트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별무리 학교이다. 별무리의 학생들이 고통받은 이웃을 찾아 현장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별이 간다' 프로젝트다. 세상은 나를 위해서 돈을 벌고 나를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경제 교육도 많이 버는 것을 가르치지는 하지만 어떻게 정의롭게 쓰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 경제교육도 교실에서 이론이나 영상, 보드 게임 등으로 배워서 학생들은 실물 경제를 배우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 좀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7학년 학생들이 직접 장사를 해 보는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란다. 아이티 지진 피해자와 아프간 난민을 돕기 위한 거니까 너희들은 걱정 말고 서로 다투지만 말아라~'

출처: 더코리아뉴스(조현상)


이렇게 말을 하고 안심시켰지만 아이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최근에 아이티에 두 번째 큰 지진이 났고 아프간 난민들도 진천에 입국했다. 이웃의 아픔을 보고 교실에 그냥 앉아 있을 수많은 없었기에 7학년 아이들과 함께 도발적인 프로젝트를 한 것이다. 7학년이면 이제 초등 6학년을 막 졸업한 나이여서 요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이다. 얼마 전 7학년들이 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다가 사고가 날 뻔한 일이 있어서 더욱 조심스러웠다. 걱정도 살짝 되었지만 실수하더라도 도전해 보기로 하고 40여 명의 아이들을 여덟 조로 나눴다.


몇 번의 조별 모임이 끝나고 메뉴를 정했다. 엄마가 해줬던 맛있는 간식 중 하나를 선정하기도 하고,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먹어본 인기 상품을 정하기도 했다. 분식 뷔페에 온 듯 준비하는 동안에도 벌써 아이들은 군침을 흘린다.




‘그런데… 너희들 이런 거 직접 만들어본 사람 손들어봐?’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한두 명 손을 든다.

‘엄마가 만드는 것 보기는 했어요’, ‘딱 한번 해 봤어요’ 나도 모르게 눈썹이 파르르 떨렸지만 허탈한 웃음으로 감추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해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에 들떠있다.


‘별이간다를 기다리는 게 너무 설레요.’

‘너무 신이 나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학교에서 이렇게 생기발랄한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 문제가 곳곳에서 터졌지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며 지식을 쌓아간다.


“얘들아.. 우리 음식 잘 팔리겠지?”

“선생님께서 가격을 올리셔서 잘 안 팔리면 어떡하지?”

“과연 우리가 장사를 잘해서 기부는 할 수 있을까?”

“뭐.. 오상쌤이 우리 음식 안 팔리면 책임지시겠다고 말했잖아.”


조별로 가게 이름을 정했는데 참 재미있다. ‘별하’, ‘쏭타네 카페’, ‘와플 혁명’, ‘돈조’, ‘크로플 가게’, ‘주찬이의 꼬치 가게’, ‘선재네 갬성 가게’ 진짜 카페를 창업해도 될만한 그럴싸한 이름이다. 특성에 맞게 메뉴판도 디자인하고 판매 가격도 정하며 예상 수익도 계산해 본다. 미리 캔버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메뉴판 디자인도 하고 쿠폰을 멋지게 만들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포스터나 메뉴판 만들 때 미리 캔버스를 자주 사용하더니 이제는 전문가가 다 되었다. 쉬는 시간에는 메뉴판을 들고 다른 반 교실에 가서 홍보도 한다. 그리고도 또 질문한다.



'선생님~ 원가가 뭐예요?’

"수익은 얼마나 나올까요?’

‘처음 재료값은 누구 돈으로 사요?’


어떤 팀은 원가가 40,000원인데 매출이 45,000원이다. 5,000원을 수익으로 남긴다고 하길래 급히 가격을 조정해 주었다. 질문하고 답하며 몸으로 실물 경제를 배운다. 결코 교실에서 이론과 보드게임으로 배울 수 없는 시간이다.


드디어 ‘별이간다’ 오픈 시간이다. 두근두근 준비 시간이 끝나고 손님을 받는다. 손님은 선배들과 후배들, 그리고 선생님들이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도 신이 나있다. 음식이 남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조가 많다. 시작하기 몇 분 전까지 너무 긴장되었나 보다.


‘사람이 안 오면 어떡하지….?’

‘우리가 준비한 재료가 남으면 어떡하지?’


긴장한 얼굴과 파르르 떨리는 손이 눈에 띈다. 미처 준비 못한 식기류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와플 픽스를 섞어야 하는데 큰 그릇이 없는 조도 있고, 믹스를 섞을 거품기도 없었다. 더욱이 와플 기계 다를 줄 아는 학생도 아무도 없었다. 엄마에게 물어보기는 했지만 해본 경험은 없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와플을 만들어 본다고 하니 순간 내 머리가 빠지는 듯했다.


“아니야, 괜찮아~! 아직 시간 많아~”


이것이 진짜 배움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침착하게 서로를 격려하며 돕는다. 음식 만드는 것이 처음인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모르는 것, 없는 것, 팀원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했다. 난 그럴 때마다 내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팀원들과 해결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했다. 물론 경제 활동도 하고 수익으로 기부를 할 수 있게 되다면 그것은 보너스다.



'와! 완판이다' 판매를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을 때 큰 소리가 들려왔다. 20분 만에 매진을 기록한 조가 있었다. 미라클! ‘다른 가게에서 워낙 맛있는 것을 많이 준비해서 재료가 남을 줄 알았는데 다 팔려서 깜짝 놀랐어요.’ 미림이가 놀라며 달려와서 고백한다. 줄을 길게 섰는데 다 팔려서 "죄송합니다. 다 팔렸어요."를 외치기 바빴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별이간다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모두 완판을 했다. 큰 사고 없이 큰 배움을 통과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지 궁금했다. 깨닫고 배운 것이 너무 많았다.


서율이는 자신이 만든 반지를 처음 파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 짜릿함은 땀을 흘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엄마 아빠가 만든 커피로 아보카도를 만들어 판 수현이는 묘한 뿌듯함에 빠져있다. 우림이는 자기 집 쌀독에서 쌀을 퍼와 삼각김밥을 만들고, 이삭이는 집 냉장고에서 엄마가 내어준 물건을 가져와 후원금으로 보태 기도 한다. 천 원짜리 쿠키를 사 먹으려 만원을 내며 거스름돈 구천 원을 후원하기도 한다. 판매하느라고 자신은 하나도 못 사 먹어 속이 상할 텐데도 남은 쿠폰을 기부금 함에 용기 있게 넣기도 한다. 교장 선생님도 어린아이처럼 손에 먹을 것을 쥐고 기뻐하신다. 사용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두둑하게 환전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12학년 선배들도 후배들의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아이들은 저마다 든든한 배움의 보따리를 얻어 배부른 표정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아이들의 나눔을 기숙사까지 이어진다. ‘내가 밥을 해야 했는데 삼각김밥용 밥은 처음 해봐서 너무 떨렸어요.’, ‘떡볶이는 준비도 안 되었는데 줄 서 있는 사람을 세어보니 20여 명이나 있어서 당황했어요.’ ‘마시멜로를 굽다가 내 손을 구운 것 같았어요. 결국 마시멜로에 불이 붙어 난리도 아니었어요.’ ‘펄을 끓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버블티를 맛보지도 못하고 바로 팔게 되었어요.’, ‘와플은 없는데 손님들은 자꾸자꾸 와서 더 초초해졌어요.’


‘성취감과 기쁨이 넘쳐나서 사방팔방 점프를 하고 다녔어요.’ ‘대망의 첫 잔이 팔리는 순간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샀다는 것이 뿌듯했어요.’, ‘모든 손님을 다 받고 장사를 끝마쳤을 때 정말 말 못 할 기쁨과 희열이 일어났어요.’, ‘오히려 나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는 것보다 손님에게 음식을 파는 시간이 더 좋았어요.’, ‘난 비록 먹거나 많이 즐기지 못했지만, 친구들과 장사하면서 협력하고 기부한다는 것이 너무 뿌듯하고 즐거웠어요.'


‘후회와 아쉬움, 흥분과 보람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머리가 새하얘진 것 같지만 별이간다를 하니 너무 지쳐서 별이 가긴 가는데 이젠 기어가야 할 거 같다. 정말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내년에는 정말 마음껏 사 먹고 싶다.’


평소에 조용하던 지언이도 한마디 한다. ‘끈기를 배웠다. 내가 평소에 끈기가 없어서 쉽게 포기하는데 오늘 와플을 팔 수 있게 된 것처럼 나도 끈기를 가져서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혜원이는 ‘이렇게 장사하는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수안이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판을 좀 크게 벌여보고 싶다’라고 한다. 아마 잘할 거다. 진우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경제 관련 책까지 읽었다고 한다. 기특하다.


다음 날 한 친구가 말한다.

새~앰! 기숙사에서 점오를 하고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생각이 나요. 생각해보니 또 하고 싶어요. 신기하고 행복했어요. 우리 8학년 때 또~~~~~~하면 안돼요?’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한다.

‘야~ 그건 아니지! 8학년 때는 실~컷 사 먹어야지!’


앗차! 판매 수익금은 얼마인지 궁금하시죠? 처음 아이들이 예상한 판매 수익금은 약 2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 계산해 보니 688,500원이다. 와우~~~~!!! 세배나 넘게 더 부어주셨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 통장을 확인해보니 한 학부모임이 100만 원을 후원해 주셨다. 그래서 총후원금은 1,688,500원이다.


이제 정의롭게 이 돈을 사용하는 시간이다. 고통받는 이웃인 아이디와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곳에 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충남 적십자사를 통해 진천에 입국한 아프간 난민들과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현지에서 활동하시는 선교사님에게 후원하였다. 우리의 후원 소식을 듣고 충남 적십자사 회장님이 학교에 오셨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학교는 처음 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 중에 이렇게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후원을 한 학생들은 처음입니다. 이 사랑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알리겠습니다. 여러분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감동받고 갑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에 희망이 있습니다.'



회장님이 아이들의 정성에 큰 감동을 받으셨는지 금쪽같은 말씀을 쏟아내신다. 듣는 아이들의 표정도 살아있다. 한 학생도 흐트러짐 없이 회장님의 말씀에 귀를 쫑긋한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아이들의 태도에 교사들도 사뭇 놀랐다. 후원금 전달식을 하고 멋지게 기념사진도 한컷 찍었다. 아이들의 프로젝트가 지역 신문에 멋지게 보도되었다. 더 성장할 아이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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