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kend#1] '인간실격'에 드리워진 그의 삶.
나와 주희는 독서습관을 만들기 위해 드문드문 모임을 만들자는 대화를 나눠왔다. 독서습관이라, 저 네 글자가 지루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그 당시 우리는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정해 1주일간 읽어오기로 했고, 1월 30일 일요일 저녁 6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들어갔다.
-
서문에서는 세장의 사진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익살스럽고 귀엽지만, 어딘가 섬뜩한 아이 한 장, 수려한 외모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침한 청년의 사진 한 장 그리고 백발의 공허한 표정의 늙은이의 사진 한 장. 이 셋은 같은 사람이다. 자세하고도 솔직함의 단계를 넘어선 이 묘사들은 처음 이 책을 읽은 나에게 거북함을 주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했지만 이렇게 까지 표현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갸우뚱했던 면이 있다.
첫 수기의 첫 문장이다. 이 한 문장이 두 번째로 다가온 지금, 그저 아프게 들린다.(연민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을 수도) 이름은 요조. 주인공이다. 이 한 사람이 겪은 인생을 일주일 만에 정독하고 다시 본 첫 장은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어릴 적 그의 순수성이 더럽혀지는 순간, 어쩌면 앞으로의 남은 일생을 익살과 눈치에 잠식되어 고통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게 된다. 그는 화가라는 꿈을 꾸었으며, 이마저도 믿지 못했던 것 같다. 그의 인생엔 그가 없었다. 그가 함께 한 건 술과 돈과 여자, 하지만 방탕함과는 조금 괴리가 있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그가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고 난 후의 문장이다. 그에게 인간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말할 정도로 의문을 품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다. 익살을 떨어 즐겁게 해줘야 할 존재들이 주변에 끊이질 않았으며, 그 이면에는 천둥이 내리치는 무서움과 극도의 두려움이 있었다. 익살로 인간과 자신을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근데, 누구나 다 익살을 떨며 살아가지 않을까."
주희가 말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진정한 내면을 드러내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씁슬하지만 맞다. 나마저도 요조와 같은 면이 있다. 나도 두렵다. 하지만 그에겐 익살이라는 작은 실 하나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더 위태로웠다. 믿었던 순수함에 배신을 당하고(요리코의 일), 가난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 건강악화와 모르핀이라는 잘못된 선택에 무너져갔고, 스물일곱에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기묘한 사람으로 남고 이야기는 끝이 났다.
"인간실격"이라는 말이 주인공의 입에서 나올 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왜인지 그는 그렇게 잘못한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많이 순수해서, 눈치가 남들보다 빨라 불신과 공포에 겉돌았던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유작이라고 불리는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생을 마감하기 한 달 전에 탈고한 작품이다.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와 많이 닮아있다. 그의 삶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
우리는 다음 책을 고르고 카페에서 나오면서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무심하게 골랐던 것에 조금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깊은숨을 내뱉고 추위에 몸서리치는 주희와 팔짱을 끼며 긴 밤을 걸어갔다. 점점 우리의 목소리가 멀어짐을 느낀다. 얇은 책의 무게가 피부로 와닿는 밤이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