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kend#2] ‘사실 충실성’이 알려주는 세상에 대한 ‘팩트’
*모 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일 때 썼던 글이다. 과 특성상 조 발표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항상 꼭 지키는 몇 가지 다짐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중립적일 것. 두 번째로는 조원들의 능력을 잘 이끌어 낼 것, 마지막으로 꼭 사실만을 전달할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조장을 해왔고 공세적인 질문에 잘 대처하고자 하는 완벽주의 성향 덕에 밤을 새우며 논문을 읽었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팩트체크에 공을 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나면 그 과정들은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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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을 2주간 읽기로 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700페이지가량 되는 책을 일주일 만에 읽는 건 불가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이름은 바로 ‘FactFulness’ 한글로는 ‘사실 충실성’이다. 책 표지의 거대한 영문자들 사이에 적힌 작은 한글에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라고 적혀있다. 이 10가지는 간극, 부정, 직선, 공포, 크기, 일반화, 운명, 단일 관점, 비난, 다급함이다. 이 책에선 처음에 가벼운 퀴즈를 제공한다. 하나의 통과해야 하는 관문 같기도 하면서 많이 맞추고자 집중을 하게 되지만 곧 침팬지보다 못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이 세상에 오해하고 있는지 알게 한다. 한스 로슬링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오해와 그에 대한 친절하고도 유쾌한 예시와 어투로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라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를 표현하자면 ‘겸손함’과 ‘호기심’이라고 하고 싶다.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는 커가면서 점점 잊어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조금씩 스며드는 “내가 아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오만과 편견을 인지하는 과제에 직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제에 성실히 방어하지 못할수록, 좁은 우물 속으로 깊게 빨려간다. 과제를 해결할 유일하고도 단순한 방법은 겸손함을 갖추는 것이다. 아주 쉽고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 다 갖고 있는 이른바 ‘공짜’ 지만 어떤 것보다 값비싸서 얻기 힘들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과제에 성공한 이들 주변에는 단순히 돈으로 셈할 수 없는 지식과 좋은 동료들이 함께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며 그 반증 또한 명확히 보이는 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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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학기 초 교수님들이 말씀하시길 “멍청한 질문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 하신다. 누구보다 호기심이라는 성향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에 열중해야 하는 정치외교학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일깨워주셨다. 사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조차도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난 “모른다”라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그런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고 또 되고자 한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조그마한 불쏘시개가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