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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Feb 12. 2022

[아재 라떼 공방 #9] 지옥에서 살아나 뉴욕으로

처음부터 삐걱거린 첫 해외여행

천리안 매직콜이 출시된 이후 한 달이 됐다.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고객 문의도 지원부서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개발팀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미뤘던 여름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다음 버전을 준비하기 위한 자료를 찾기도 하며 비교적 한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동구 너 이번에 고생했는데 뉴욕이나 다녀와라."


"뉴욕이요? 무슨 일인데요?"


"K 대리가 UI 콘퍼런스가 있다는데 자네가 가보면 좋을 것 같다는군."


K 대리는 1년간 AT&T에 파견 다녀온 후 두어 달 전에 개발팀으로 복귀한 선배. K 대리가 함께 간다니 마음이 놓인다. 대학생들의 해외 배낭 여행은 대학을 졸업한 90년대부터 일반화되었다. 군대 있을 때 결혼한 관계로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다녀온 터라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오고, 출장 신청을 마친 후 K 대리에게 물었다. 


"대리님, 미리 준비할 것 없나요? 해외로 나가는 건 처음이라..."


"공항 내려서 렌트해서 돌아다니면 되고 뉴욕은 뭐든지 다 있는 대도시니까 몸만 가면 돼. 여권이나 잘 챙겨."


“콘퍼런스 준비는 따로 안 해도 돼요?”


“걱정할 필요 없어. 가서 구경만 잘하고 오면 돼. 일정이 며칠 여유가 있으니 끝나고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이나 하고 오자구.”


해외 로밍이나 구글 맵 같은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인지라 노란색 표지의 여행안내 책자와 데이콤 002 국제전화 카드처럼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여행 필수품들을 챙겼다. 미국에서 1년을 보내고 온 선배이니 일말의 의심도 없이 마음 편하게 짐을 챙기고 출장길에 나섰다. 처음 타보는 국제선 비행기는 생각보다도 훨씬 지루했다. 18시간의 비행 끝에 뉴욕 JFK 공항에 내렸다. 


어렵지 않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에 있는 렌터카 데스크를 향했다. 아뿔싸, 허츠, 알라모, 버젯 등 어느 회사고 간에 빌릴 수 있는 차가 없다. K 대리도 당황한 표정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여행 가방을 든 채 멍하니 서 있던 우리 둘 앞에 누가 와서 말을 건다. 


“한국 분들이시죠? 렌터카 예약을 안 하셨나 봐요. 뉴욕은 지금 휴가철이라 다들 차를 빌려서 휴가를 가버려서 차가 부족할 거예요. 퀸즈에 허츠가 하나 있으니 거기 가서 알아보세요. 제가 태워 드릴게요.”


40불을 주고 퀸즈 어딘가에 있는 허츠 간판 앞에 내렸다. (귀국 길에 호텔에 알선해준 리무진 기사는 20불을 받았다.) 그런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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