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업에서 아르바이트
95년이 되면서 인터넷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디윈속을 사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용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는 좋은 신호다. 전문적인 정보 검색보다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이 자리 잡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야후!를 비롯하여 라이코스, MSN 등의 인터넷 기반 포털 사이트들이 진입하고 있었고, 기존의 컴퓨서브, 프로디지, AOL 등도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한글과 컴퓨터에서 심마니라는 검색엔진 서비스를 시작했고, 새롬 기술과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설립되어 천리안으로 일거리를 받으러 들락거리곤 했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회사의 전략기획 부서에 있는 S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S 선배는 대학 선배이자 군대 동기, 입사 동기였다.
“동구야, 사내 벤처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선배가 있는데 좀 도와줄 수 있나?”
“인터넷 쇼핑몰이요? 그게 될라나요? 아직 인터넷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사내 벤처로 시작하는 거지. 회사 안에서 인터넷을 제일 잘 아는 게 천리안 쪽 사람들이니 네가 동기들 몇 명 같이 아르바이트 좀 해라.”
“알바라고요? 일단 알았어요.”
며칠 후 S 선배의 소개로 K 대리를 만났다.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고 추진력이 있어 보였다.
“천리안에서도 쇼핑 서비스 잘 되죠? 그거 다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옮겨올 거예요. 미리 자리 잡고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긴 한데요, 여건이 마련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그러니까 일단 회사 업무 끝나고 기본적인 사업 계획 세우는 것만 우선 도와주면 좋겠어요. 나도 S와 마찬가지로 회사 전체의 전략만 세워오다 보니 세부적인 서비스 계획이나 준비는 아는 게 없어요.”
마케팅 부서의 I(디윈속 이야기의 그 입사동기), 사업 지원 부서의 C와 함께 쇼핑몰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시작했다. 1호 사내 벤처를 위해 회사에서 마련해 준 공간은 강남 신사역 인근 건물 옥탑방에 있는 기지국 공간이었다. 한 켠에는 기지국 장비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고, 장비 과열을 막기 위해 초겨울에도 냉방기가 돌고 있었다. 업무 끝나면 셋이 모여 저녁을 먹고 강남으로 가서 K 대리와 함께 늦은 밤까지 사업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벤처 기업들은 대부분 차고에서 시작했고, 인터파크의 시작은 옥탑방 기지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