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영원한 이별
덕수와 지혜의 신혼방은 덕수가 살던 집을 조금 더 리모델링했는데 그 집은 권 씨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시기 전 덕수에게 상속을 해주었고 덕수는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혜는 그 집을 리모델링하는 기간에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덕수와 지혜는 신혼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냥 리모델링 기간 동안 선장의 집에서 지내기로 하고 자주 병원을 오고 가기로 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선장의 병원을 찾았을 때 선장은 더 많이 야위어 있었다. 병실로 들어서자 선장은 무척 기뻐하면서 사위의 손을 잡았다. 지혜도 그 위에 손을 함께 잡았다.
덕수는 병실에 들어서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결혼식의 기쁨이 남아 있는 한편, 선장의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선장은 점점 더 약해져 가고 있었고, 덕수는 그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가 손을 잡자, 선장의 눈에서 미소가 번졌다. 지혜도 덕수의 곁에서 선장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그들은 함께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아버님! 저희 결혼식 잘하고 왔습니다.” 덕수가 먼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선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했구나.
결혼식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구나.”
덕수는 그 말에 힘입어 결혼식에서의 즐거웠던 순간들을 이야기해 드리며 사진과 영상들도 보여드렸다. 동네 사람들과 가족들이 모여서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일, 그리고 지혜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순간들.
“이제 아버님! 저 선장 자격증도 따고 했으니 일어나서 이취임식 해야죠?”
덕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자신감과 슬픔이 함께 숨어 있었다.
그 순간 선장은 덕수의 말에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덕수는 선장으로부터 이어받은 꿈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선장이 옥자를 보며 눈짓을 했다.
옥자는 그 눈짓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것은 덕수에게 전할 기념품이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옥자는 잠시 후 옷장에서 낡은 모자 한 개를 꺼냈다.
그것은 선장이 한때 바다에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쓰던 모자였다.
그 모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지만,
선장의 젊은 날의 꿈을 간직한 소중한 물건이었다.
옥자는 그 모자를 선장에게 건넸고,
선장은 덕수에게 머리를 내리라고 손짓했다.
덕수는 이 의미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숙여 모자를 받아들였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는 선장으로서의 책임을 다짐하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벅찬 감정이 넘쳐났다.
덕수는 장인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제 선장의 배는 완전히 덕수에게 이양이 되었고
덕수는 이제 선장이 되었다.” 이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덕수는 그 모자를 쓰고 잠시 선장이 된 자신을 상상했다.
선장은 이제야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가느다란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안도의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미소를 지으며 덕수를 바라보았다.
선장은 그가 바다에서 꿈꾸던 모든 것들이 이제 덕수에게 넘어갔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덕수가 이 모든 것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사우! , 이제 자네가 나의 자리를 이어받은 거야. 너의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 선장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그 속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병실 안에는 한동안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덕수는 눈을 감고 선장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그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감동하며,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깨달았다. 지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덕수와 선장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그들이 공유하는 이 특별한 순간이 영원히 기억될 것임을 알았다.
이취임식의 준비가 시작되었고, 덕수는 선장의 유산을 잘 이어받아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그가 바다에서 이룰 꿈들이 그의 마음속에서 하나씩 자라나고 있었다. 선장은 덕수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선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고, 그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선장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며칠 후 선장은 하늘나라로 갔다. 떠나기 전, 선장은 덕수와 지혜에게 마지막 당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 둘은 바다가 맺어준 인연이여! 바다를 절대로 떠나면 안 된다!
이제 선장은 바다의 수많은 별들 중 하나가 되어 우주여행을 하기 위한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그날 바다의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찼으며 바다에 비친 별들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바람도 달도 구름도 모두 선장의 가는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