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대(14)

제4장: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 분쟁

2.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쟁 구도와 중국의 입장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두 나라의 역사적, 정치적, 종교적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반복되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이들은 독립 직후부터 충돌을 이어왔으며, 주로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 문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었다. 카슈미르는 영국령 인도 제국이 해체된 1947년에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할될 때 발생한 핵심 분쟁 지역으로, 이 지역의 대부분을 인도가, 나머지를 파키스탄이 관리하고 있다. 카슈미르 지역 주민들은 인도와의 통합에 반발해 독립을 원했으나, 그 과정에서 인도군과 파키스탄군 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서 카슈미르 지역은 현재까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카슈미르에서의 첫 번째 전쟁은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독립한 직후 시작되었다. 당시 카슈미르의 마하라자는 인도 편에 서서 지역 통합을 선언했으나, 이를 반발한 파키스탄의 무장세력이 침공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인도는 마하라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군대를 파견했고, 이로 인해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유엔의 중재로 인해 양국은 휴전을 선언하고, 카슈미르 지역의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로 인해 형성된 분계선은 현재까지도 양국 간 긴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

1965년에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두 번째 전쟁이 발발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통제 하에 있는 카슈미르를 탈환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개시했으나, 인도의 강력한 반격으로 인해 양국은 다시 한번 유엔의 중재를 받아들이고 휴전하게 되었다. 이 전쟁으로 인해 양국의 적대감은 더욱 깊어졌으며, 군사적 긴장은 한층 더 높아졌다.

1971년의 세 번째 전쟁은 다카에서 일어난 파키스탄 내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은 서파키스탄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고, 이에 서파키스탄 정부는 무력 진압을 시도했다. 동파키스탄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가 개입하면서 전면전이 벌어졌고, 결국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이루게 되었다. 이 전쟁으로 파키스탄은 인도에 큰 군사적 패배를 겪었고, 양국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인도-파키스탄 갈등에서 파키스탄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60년대 이후 중국은 인도와 국경 분쟁을 겪으며 인도에 대해 견제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이는 파키스탄과의 밀접한 관계 형성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군사적 지원도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으며, 이는 파키스탄이 인도와의 갈등에서 전략적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중국과 파키스탄 간의 대표적인 협력 프로젝트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이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구상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의 신장(新疆) 지역과 연결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이다. CPEC는 파키스탄 내에서 도로, 철도, 항만 등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파키스탄은 경제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인도양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통로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중국에게 있어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를 견제하는 동시에,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인도와의 국경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며, 인도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파키스탄을 통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도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인도는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반발하여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QUAD)라는 안보 협의체를 결성하여 중국에 대항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키스탄의 입장에서 중국의 지원은 인도와의 군사적 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전투기, 드론, 미사일 등 다양한 군사 장비를 공급해 왔으며, 이러한 지원은 파키스탄이 인도에 대한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은 파키스탄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는 파키스탄 내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인도와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2020년 라다크 지역에서 발생한 인도와 중국 간의 국경 충돌은 이러한 긴장의 극단적인 예시이다. 양국의 군인들이 서로 충돌하며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사건은 양국 간의 군사적 대치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 충돌 이후, 인도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재검토하고, 미국 및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파키스탄과의 동맹을 통해 남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표가 있다. 이를 통해 인도를 견제하고, 동시에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이 지역에서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남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며, 향후에도 이 지역에서의 갈등과 긴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