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웅 3시간전

뜨레베르소네(3)

정희의 귀촌

완수는 정희가 혼자 이사 오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야말로 내가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여!” 그는 자신에게 강한 자신감을 주며, 정희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이사 오셨나 봐유? 저는 완수라고 혀유!” 그의 말투는 충청도 사투리로 구수하게 들렸고, 정희는 약간 당황했지만, 이렇게 다가오는 모습이 나름 귀여워 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정희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냥,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서…” 그녀는 마음속에서 이런 저런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완수의 그 밝고 구수한 말투는 어느 정도 그 긴장을 풀어주었다.


칠수는 멀리서 정희를 바라보며 “이게 뭐여…”라고 혼잣말했다. “완수는 저렇게 기세 좋게 나가는데, 나는 뭐하는 거여?” 그는 가벼운 경쟁심을 느끼며, 완수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럴 때일수록 나도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정희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항상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이렇게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완수는 짐을 옮기며 정희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혹시 필요한 거 있으믄 뭐든지 말혀유. 지가 이래뵈도 다 할줄 아니께유... 그의 적극적인 태도에 정희는 미소를 지어 주었고 완수의 가슴은 뛰었다.


“아, 정말 고마워요. 물건이 좀 많아서…” 정희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런 정희의 모습에 완수는 더욱 신이 나서 짐을 옮기며 말했다.


“그럼, 걱정 마유! 내가 다 도와줄께유! 완수는 나훈아의 땡벌을 갑자기 부르기 시작했다. 넌 그냥 있슈! 다 내가 해줄게...완수는 뻔뻔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을 멀찌기서 바라보다가 칠수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나?”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용기 내어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희가 이렇게 이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나서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 작고 애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칠수야, 너도 도와줄 수 있어! 그냥 가서 말해봐!”


마음 속 천사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칠수는 정희에게 다가갔다. “안녕허세유! 지가 뭐 도와드릴 게 있을까유?”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정희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정말 고마워요! 함께 옮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희는 환한 미소로 대답했고, 칠수는 그런 정희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라믄, 지가 힘은 쎈께...도와드리겄슴다!” 칠수는 힘차게 대답하며 그녀의 짐을 들어 올렸다. 정희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이사하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고, 정희는 처음 만난 이 두 사람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다.


완수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계속해서 정희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슈? 혼자 오믄 여근 좀 심심하실 텐디!” 그는 정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애쓰며 웃음을 지었다. 정희는 “전 서울에서 왔어요. 여기가 좀 조용하고 책쓰기에도좋은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완수는 “암유...서울은 바쁘고 정신없잔유. 여기 오면 좀 느긋해지쥬. 그리고 우리 동네는 사람들도 다 착하니께…”라고 하며, 정희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희는 완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라고 미소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두 사람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칠수는 조용히 물건을 옮기며, 속으로 완수와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 ‘완수는 저렇게 적극적인데, 나는 왜 이렇게 소극적일까…’ 그러면서도 정희와의 대화에 자신도 모르게 관심이 쏠렸다. “아, 저기… 정희 씨, 혹시 앞으로도 농사 짓는 것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물어보셔유. 농사는 지가 박사니께유…” 칠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정희는 고개를 돌려 칠수를 바라보며 “정말요? 농사에 대해 배우고 싶어요. 농부가 될 수는 없어도…”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칠수의 얼굴에는 꼿 미소가 활짝 피고 있었다. 칠수는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희는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완수와 칠수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정희에게 다가가며, 서로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했다.


“오늘 이사 오면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희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완수와 칠수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그라믄요!”라고 동시에 대답했다. 그렇게 세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각자의 인생에서 새로운 막이 열리고 있었다.


이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정희는 두 사람에게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저녁 같이 드시죠? 고기나 구울까요?” 그녀의 제안에 완수와 칠수는 서로를 바라보며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정말요?” 완수는 눈을 크게 뜨며 기뻐했다. “고기 구우면 좋죠! 저기, 술도 한 잔 하실래유?” 그는 당장이라도 돼지갈비를 사러 달려갈 태세였다.


정희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고기는 제가 준비할게유. 술도 필요하겠네유. 칠수는 ”저희 마을에 좋은 막걸리 집이 있는데, 저도 사올게요.” 라고 말했다.


“그럼 저도 막걸리 사러 가는 길에, 안주로 쓸 채소를 좀 사올게요.” 완수가 덧붙였다. “이제 친구도 없고, 혼자 지내는 것도 심심했는데 이렇게 저녁을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희는 “좋아요! 그럼 다 함께 준비해요!”라고 대답하며, 내심 이번 저녁이 특별한 시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렜다. “여기서 이렇게 다들 잘 지내면 좋겠네요.” 그녀는 두 사람에게 자신을 허락하며, 앞으로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했다.


완수는 “그럼 저부터 나가서 고기 사올게요!”라고 하며, 금세 밖으로 나가버렸다. 칠수는 그런 완수를 바라보며, “완수는 항상 이렇게 빠르네. 나도 고기 구울 준비를 해야겠다.”말했다.

.

정희는 칠수와 함께 저녁 준비를 시작하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기를 바랐다. “칠수 씨는 농사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어떤 작물을 주로 재배하세요?” 정희가 물었다.


“저는 주로 쌀이랑 고추를 재배해요. 올해는 날씨도 좋고, 작물도 잘 자라서 풍작이에유.” 칠수가 대답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정희는 그의 소박한 말에 자연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말요? 저는 농사에 대해 잘 몰라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정희는 칠수의 눈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냈다.


칠수는 그녀의 말에 신이나서 “그라믄요! 그라믄요! 모르는거, 필요한거 뭐든지 다 얘기 히유. 다 지가 해줄테니께유. 저눔 저 완수는 대핵교를 나와서 일을 잘 못해유....

.

그 때 완수가 막 고기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봅시다!”라고 외쳤다. 칠수야! 불 폈냐? 그는 정희와 칠수가 준비한 식탁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첫 저녁이니, 재미있게 마셔 봅시다!”


식사 중간에 이장이 찾아와서 함께 합석을 했고 동네 사람들이 좀 더 모여드는 저녁이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새로운 시간의 친구들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뜨레베르소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