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2만 원짜리 술집이 있다. 그런데 그곳은 빵집이다. 시청 앞 로터리 옆에 있는 보레브는 마치 몽마르트르의 카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이면 큰 창문이 활짝 열리곤 한다.
내가 보레브를 안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에도 몇 번을 망설이다 어느 날 용기까지 내고 들어간 카페다.
이곳은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착한 빵집이다.
그런데 나는 따끈따끈한 빵은 아직 먹어보지도 못했다.
우선 카페를 들어가게 된 이유는 이 근처에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편하게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가 않은데 여긴 위치도 알려주기 편하고 분위기도 좋다.
그래서 오기 시작하다가 사장님과 눈이 맞았다.
특히 나의 매력을 끈 것은 맥주 3병에 쥐포와 노가리가 2만 원이라는 사실이다. 더 매력적인 사실은 혼술을 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라는 비밀이다.
카페에 앉아 창밖의 어둑해져 가는 가을밤을 본다는 것은 감동을 너머 나만의 특별한 권리라는 생각에 난 항상 처음의 맥주 한 잔을 따라 한 모금 마시곤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 행복감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처음 창문에 새겨진 이름을 가만히 보다가 나는 고개를 여러 번 저었다. 내 기억 속엔 사브레처럼 레가 뒤에 오는 것이 익숙하다. 적어도 블란서식 발음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여긴 보레브다. 자꾸 내 머릿속엔 보브레로 읽힌다. 그렇게 읽히다가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도 다 지나갈 때쯤 내 안에선 보레브가 되어 있다.
여기 사장님은 베이커다. 셰프인지는 다음 주 월요일 영업이 끝난 11시에 늦은 술자리를 한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격증은 프랑스의 어느 베이커리 아카데미를 수료했다고 벽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