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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Nov 09. 2024

보레브

나에겐 2만 원짜리 술집이 있다. 그런데 그곳은 빵집이다. 시청 앞 로터리 옆에 있는 보레브는 마치 몽마르트르의 카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이면 큰 창문이 활짝 열리곤 한다.

내가 보레브를 안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에도 몇 번을 망설이다 어느 날 용기까지 내고 들어간 카페다.

이곳은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착한 빵집이다.

그런데 나는 따끈따끈한 빵은 아직 먹어보지도 못했다.


우선 카페를 들어가게 된 이유는 이 근처에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편하게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가 않은데 여긴 위치도 알려주기 편하고 분위기도 좋다.

그래서 오기 시작하다가 사장님과 눈이 맞았다.


특히 나의 매력을 끈 것은 맥주 3병에 쥐포와 노가리가 2만 원이라는 사실이다. 더 매력적인 사실은 혼술을 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라는 비밀이다.


카페에 앉아 창밖의 어둑해져 가는 가을밤을 본다는 것은 감동을 너머 나만의 특별한 권리라는 생각에 난 항상 처음의 맥주 한 잔을 따라 한 모금 마시곤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 행복감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처음 창문에 새겨진 이름을 가만히 보다가 나는 고개를 여러 번 저었다. 내 기억 속엔 사브레처럼 레가 뒤에 오는 것이 익숙하다. 적어도 블란서식 발음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여긴 보레브다. 자꾸 내 머릿속엔 보브레로 읽힌다. 그렇게 읽히다가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도 다 지나갈 때쯤 내 안에선 보레브가 되어 있다.


여기 사장님은 베이커다. 셰프인지는 다음 주 월요일 영업이 끝난 11시에 늦은 술자리를 한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격증은 프랑스의 어느 베이커리 아카데미를 수료했다고 벽에 걸려있다.


보레브에 있으면 평화가 찾아온다. 아마도 그건 화이트 노이즈가 작용하는 탓일 거다.

보레브에서 나는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평화를 느낀다.

2만원


혹시 댓글로 술 한 잔 청한다면 기꺼이 한 잔 하겠다.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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