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정수와 기성의 여행은 멈추지 않았다. 해외의 낯선 풍경이 주는 설렘은 사라졌지만, 국내에서도 여전히 감탄과 여운을 남길 곳들이 많았다. 기성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말했다.
“정수야, 이번엔 우리나라의 진짜 보물 같은 곳들을 다녀보자. 한려수도를 따라 여수에서 통영까지 여행하는 거야. 멋진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돌아와서 사진전도 열자. 이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흔적을 남기는 거라고!”
정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기성아, 넌 이제 완전히 여행 전문가 다 됐구나. 좋아, 네 계획에 따라갈게. 하지만 이번엔 네가 다 준비해야 한다.”
“알았어, 정수 회장님. 이번엔 내가 진짜 완벽하게 준비해서 감동을 줄 테니 기대해!”
여수에 도착한 첫날 저녁, 두 사람은 여수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해안가에는 가로등 불빛이 부드럽게 물 위에 반사되어 흔들리고 있었다.
“야, 정수야. 이게 바로 그 노래에서 말하던 여수 밤바다야. 정말 예술이지 않냐?”
정수는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담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그림 같아. 물 위에 빛이 춤추는 것 같잖아.”
그들은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바다의 짠내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 근처에서 들려오는 통기타 연주와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그들의 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벤치에 앉아 쉬던 기성은 말했다.
“정수야, 우리 이런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해. 사람들이 이 풍경을 보고 우리처럼 여행하고 싶게 만들어야지.”
정수는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들어 그 순간을 기록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고흥으로 향했다. 고흥은 소박하고 조용한 매력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곳의 하이라이트는 소록도의 숲길이 었다.
“정수야, 여기 공기는 완전히 다르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니까 몸이 정화되는 것 같아.”
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여기선 모든 게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야.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숲길을 걷는 동안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들의 발걸음을 부드럽게 비췄다. 새소리가 어우러진 고요한 숲 속에서 그들은 말없이 걸었다.
“기성아, 이 숲길은 진짜로 사람을 위로하는 것 같다. 여기서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어.”
기성은 카메라를 들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사진에 담으며 말했다.
“이건 우리 사진전의 대표작이 될지도 몰라. 이 순간을 담은 사진은 사람들에게도 평화를 줄 거야.”
남해에 도착한 저녁, 두 사람은 한적한 해변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했고, 작은 모닥불이 따뜻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정수야, 이런 곳에서 평생 살면 어떨 것 같아? 바다, 숲, 별. 이게 진짜 자연 아니냐?”
정수는 모닥불 위에서 커피를 내리며 대답했다.
“살면 좋지. 근데 우리 같은 인간은 도시로 다시 뛰쳐나갈걸. 자연은 여행할 때 가장 빛나는 거라고.”
모닥불 앞에서 그들은 오래된 추억을 나누며 웃음을 터뜨렸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배경 음악처럼 감싸주었다.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통영은 두 사람에게 완벽한 클라이맥스를 선사했다. 통영항에 도착하자마자, 활기찬 시장과 짠내 나는 바닷바람이 그들을 반겼다. 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며, 그들은 이 도시의 매력을 실감했다.
“기성아, 여기 해산물은 그냥 예술이다. 통영은 먹으러 오기만 해도 되는 곳 같아.”
기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근데 먹기만 하면 배만 나올 거야. 사진 찍으러 가자.”
그들은 이순신 공원을 찾았다.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은 장관이었다. 푸른 바다 위로 하얀 배들이 잔잔한 파도를 타고 떠다니고 있었다.
정수는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담으며 말했다.
“이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진짜 멋지다.”
여행의 마지막 밤, 두 사람은 해변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달빛이 물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파도 소리는 조용히 반복되었다.
기성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정수 회장님, 이번 여행도 정말 최고였다. 네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었어.”
정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야, 네가 계획 잘 짜서 그런 거야. 이번엔 인정할게. 그런데 다음번엔 네가 더 열심히 준비해라.”
그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서로 웃었다. 기성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정수야, 우리 이 사진전을 열면 사람들이 우리처럼 여행하고 싶어질 거야. 이건 단순한 사진전이 아니라 우리가 남기는 흔적이 될 거야.”
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이번 사진전은 우리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야. 이제부터 더 많은 걸 기록하자.”
그들의 여행은 끝났지만, 추억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두 친구는 그렇게 또 다른 여정을 꿈꾸며 길 위의 추억을 가슴에 담았다.
기성은 기성대로 정수는 정수대로 이제 모든 것을 다 만든 창조주처럼 진정한 휴식을 하고 있었고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는 고요하고 편안한 밤이 지나가고 있었고 통영의 밤하늘은 그런 두 친구의 마음을 아는 듯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