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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늘을 보며 사는가?

by 이문웅

우리가 사는 하루는

가끔 하늘을 볼 수도 없는
바쁜 시간 속에 흘러간다.

출근하느라, 일에 치여,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마음에 쫓기다 보면
하늘이 주는 수많은 선물을
그 하루 안에서 다 받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푸른 하늘, 가벼운 구름,
살랑이는 바람,
낮게 떨어지는 빛,
그 모든 것은 매일 우리 위에 있었지만
우리는 그 존재조차 자주 잊고 만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변함없이, 조용히, 그리고 아주 당연히.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고 지쳐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그저 위를 본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마음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 잠깐의 멈춤 속에서
비로소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하늘은 우주가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그 선물을 우리는 자주
이루지 못할 꿈처럼 여기기도 한다.

푸른 하늘은 종종
닿지 않는 이상처럼 멀고,
흐린 하늘은
마음속 불안을 거울처럼 비춘다.

때로 하늘은
‘오르지 못할 나무’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가닿을 수 없기에 더 아름답고,
너무 높기에 더 슬픈 꿈처럼.

그러나 어떤 날은
문득 고개를 든다.
우연히, 혹은 일부러.
그 찰나에 하늘과 마주한 순간,
무언가 안에서 조용히 멈춘다.

그건 감정의 정리도,
삶의 해답도 아니고,
그저 ‘지금 여기에 내가 있다’는 단순한 자각이다.


바쁜 하루 속,
그 단 몇 초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행위는
하루의 나를 다독이는 잠깐의 돌봄이다.

우리는 그 돌봄을 자주 잊는다.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죄책감 속에,
누군가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두려움 속에
하루조차 돌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 속에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순간,
하루는 조금 단단해진다.

하늘은 질문을 던지지 않고,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 있는 나’를 잠시 받아준다.


우리는 하늘을 보며 산다.
아주 가끔,
그러나 그 가끔이 우리를 지탱한다.

그 순간의 자각이 하루의 중심을 잡고,
그 중심이 다시 우리를 지킨다.

하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늘 위에 있고,
가장 가까운 위로로 존재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본다.


그 찰나의 시선 하나가,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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