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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무엇인가?

by 이문웅

마음은
무의식의 그림자 속에서
나를 밀어 올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 손은 내게 묻지 않지만,
내 모든 결정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길을 틀고 멈추게 하고
때론 울게 만든다.


플라톤은 말한다.
이 세계는 모형일 뿐,
진짜는 저 너머의 ‘이데아’에 있다.
그러나 그 이데아의 흔적은
마음의 갈망 속에서 비로소 떠오른다.
마음은 그리움이다.
진실로 향하고자 하는 본능적 기억,
잊고 살던 고향을 향한
어린 영혼의 방향 감각이다.


공자는 말한다.
“인(仁)은 마음에서 피어난다.”
도리를 넘는 온기,
의무를 감싸는 애틋함.
공자의 마음은 사람 사이에서 자라고
거리를 조율하며 관계를 완성시킨다.
그것은 예(禮)의 깊은 호흡이며,
나를 다스려 타인을 품는 훈련이다.


노자는 침묵한다.
그 침묵 속에서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흘러야 한다고 속삭인다.
억지로 붙잡지 말고,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마음은 흐르게 두되,
그 흐름을 느끼고 알아차릴 것.
그것이 무위(無爲)의 길이고,
자연스러운 덕(德)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을 ‘프시케(ψυχή)’라 부른다.
모든 생명은 혼(魂)을 가진다.
식물은 자라게 하는 혼을,
동물은 움직이게 하는 혼을,
인간은 생각하고 기억하는 혼을 가진다.
그 혼은 존재의 설계도이자,
완성을 향한 의지다.
마음은 그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내부의 운동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묻는다.
“그럼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가슴일까, 머리일까?
기억 속일까, 상처 속일까?
말 속일까, 말하지 못한 속일까?


아니,
마음은 그 모든 곳에 있되
어느 곳에도 고정되지 않는다.


마음은…
내가 고요히 있을 때 가장 선명해지고,
내가 다급할 때 가장 멀어지며,
내가 타인을 위해 울 때
가장 나다운 얼굴을 드러낸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누군가를 용서할 때,
무너진 자 앞에서 함께 무너질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마음은 비가 오는 날
우산 없이 걸어도 괜찮다고 속삭이는 무엇이며,
깊은 밤 창밖을 바라볼 때
내가 누구인지 조용히 대답하는 작은 존재다.


마음은 내가 아닌 것들로
자꾸만 채워지려는 세상 속에서
“지금 너는 괜찮니?”
하고 되묻는,
무형의 등불이다.


그래서 마음은,
가장 철학적이며,
가장 신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에 닿기 위해
철학을 시작하고,
기도를 시작하며,
침묵을 시작한다.

마음은 나의 등 뒤에서
말없이 나를 밀어주는 신의 잔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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