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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by 이문웅

외로움은 단지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깊은 울림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자신일 수 없다.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존재하고,
말을 건네고, 되돌려 받는 순간에야
비로소 '나'라는 감각이 선명해진다.
그래서 외로움은 단순한 고립이 아니라,
내가 사라지는 듯한 감각이다.


진실에 닿기 전,
우리는 어둠 속 그림자에 둘러싸여 있다.
그림자 안에서 우리는 이해받지 못하고,
또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서서히 고립된다.
그 순간, 외로움은 말을 잃은 마음처럼 깊어진다.


어떤 철학자는 고독 속에서
자신의 사유를 더 맑게 닦아냈고,
어떤 사상가는 거리 두기를 통해 세상을 더 분명히 보았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뒤편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 침묵의 방이 있었다.

고독이 사유(思惟)를 낳지만,
사유는 종종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때로 우리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보려다
그 거리감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거울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오히려 시선을 피하고 싶어지듯,
진짜 나를 마주하는 일은 두렵다.


왜냐하면 아무도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마치 텅 빈 무대와 같다.
혼자 조명을 받는 배우처럼,
자신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우리는 존재의 중심을 되묻게 된다.
그 고요 속에서, 오히려 가장 소란한 질문들이 울려온다.


“나는 진정 누구인가?”
“이 고독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철학은 그 질문에서 태어났고,
신앙은 그 외로움을 안고 손을 들어 올렸으며,
예술은 그 공허를 아름다움으로 견뎌왔다.
무신론자도, 성인도, 고독을 비껴가지 못했다.


세상의 진리를 마주한 자일수록
그 어깨 위에는 깊은 외로움이 깃든다.

외로움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묻기 시작하는 마음의 서곡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가?"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들은 고립된 독백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정직한 관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다시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외로움을 견디며 발견한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고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고,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움을 통해
다시 사랑을,
다시 관계를,
다시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있었기에,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연결을 갈망하게 된다.


그 갈망은 우리를 인간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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